최저임금위원회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4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금액에 관한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갔다. 이날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은 내년도 최저임금 금액의 최초 요구안을 내놨다. 최저임금 심의는 최초 요구안에서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날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들은 양대 노총(민주노총·한국노총) 단일안으로 올해 최저임금(8590원)보다 16.4% 오른 1만원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노동계가 제출한 최초안과 동일한 수준이다.
비혼 단신 노동자와 1인 가구 생계비 수준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상안을 만들었다는 게 근로자위원들의 설명이다. 더구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라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줄어들었다는 점 역시 노동계의 주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올해 최저임금에서 2.1% 낮춘 841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내놨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한국 경제의 역성장 가능성 때문이라는 게 사용자위원들의 논리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영계의 부담 확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경영 여건 악화 등도 최저임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경영계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초단시간 노동자가 급증하는 등 부작용도 지적했다.
최저임금 최초안을 제시한 노사는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초반부터 신경전이 치열했다.
특히,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2.9% 인상에 그친 수준이어서 지난해 이미 양보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다.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최저임금은 최소 2% 후반대 인상률로 결정된 바 있다"며 "저임금 노동자의 생명줄인 최저임금이 이보다 낮게 인상될 경우 이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소득 양극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영계 또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사업주, 근로자 모두 동결이나 인하를 강력하게 요구한다"며 "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국가적 과제라면 경제, 경영 상황을 충분히 반영해 최저임금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논의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저임금 최초안 카드를 제시한 상황에서 벌어진 노사 간 격돌은 이후에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최저임금 전원회의 종료 직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사용자위원이 내놓은 최저임금 삭감안을 규탄했다. 양대 노총은 경영계가 제시한 최저임금 수준이 노동자의 인권을 짓밟는 행위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자회견을 최저임금 삭감을 주장하는 경영계를 압박하려는 양대 노총의 여론전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경영계는 노동계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5차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전원회의는 오는 7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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