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지난달 30일 흉악범죄나 반인륜범죄를 저질러 사형이 확정된 자에 한해 사형 집행 의무를 우선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우리나라는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가 된 나라다. 홍 의원은 앞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시절에도 사형 집행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흉악범죄, 반인륜범죄 사형 확정자…6개월 이내 반드시 사형"
홍 의원이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흉악범죄나 반인륜범죄를 저지르고 사형이 확정된 자에 대해 6개월 이내에 반드시 사형을 우선해 집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 의원이 주장한 우선 집행 대상은 △존속살해 △약취·유인 등 살인·치사 △아동·청소년 등에 대한 강간 등 살인·치사 △인질살해·치사 등의 죄로 사형 확정판결을 받은 자이다.
홍준표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 6월 기준 사형 확정판결을 받았으나 집행이 되지 않아 수감 중인 자는 모두 60명이다. 이들에 의한 피해자는 211명에 달한다고 한다. 홍 의원은 "현행 형사소송법은 사형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사형을 집행하도록 하는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으나 지난 1997년 12월 30일 이후부터 23여년간 실제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어 법무부 장관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고 지적했다.
진중권 "철학의 부재, 상상력의 빈곤…저러니 수구 소리 들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홍 의원의 사형 집행 의무화 법안 발의가 알려지자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미쳤다. 완전히 거꾸로 간다. 저러니 보수가 망하는 것"이라며 "당에서 쫓겨나더니 극우 포퓰리즘에서 살 길을 찾는 듯"이라고 적었다. 그는 "나라를 20여년 전으로 되돌려 놓는다. 철학의 부재, 상상력의 빈곤, 이러니 수구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화성 8차 살인사건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등 오심으로 인한 재심사건 등을 언급, "억울하게 흉악범 누명을 쓰고 사형당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홍 의원은 자기가 만든 법 때문에 죽은 사람 되살려낼 방안을 제시하라"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사형 집행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국제앰네스티가 발표한 '2019년 사형 선고와 집행'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사형 집행 건수는 전년 대비 5% 감소, 지난 10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우엔 한해 동안 7개국이 사형을 집행해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사형 집행국이 감소했다. 일본과 싱가포르 또한 2018년 각각 15건과 13건의 사형을 집행했지만 2019년엔 각각 3건, 4건의 사형을 집행했다. 한국은 지난 1997년 12월 30일 마지막 사형을 집행한 이래 한 번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가 돼 있다. 2019년 현재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 폐지국은 106개국, 법적 또는 실질적 사형 폐지국은 142개국이다.
다만 사형제 폐지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답보 상태다. 지난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사형제 폐지를 목표로 하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택의정서(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에 가입하라'고 권고했지만 이를 불수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해당 규약을 비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