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VC리스트③] 5년 준비 끝낸 요즈마그룹코리아…“韓, 투자 기회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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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0-07-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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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재 요즈마그룹코리아 대표 인터뷰

  • “한국, 자원‧내수 부족하지만 인재‧기술력 뛰어나”

  • ‘창업의 나라’ 이스라엘 90년대 상황과 비슷

  •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스타트업 글로벌화 지원 주력”

이스라엘을 창업 강국으로 만든 ‘벤처 투자의 신화’ 요즈마펀드가 한국에 들어온 해는 2013년이다. 이원재 요즈마그룹코리아 대표가 먼저 입국해 시장 조사에 들어갔고, 이후 법인 설립, 요즈마캠퍼스 개소, 스타트업‧대학‧연구소‧정부 네트워킹 등 한국 벤처 생태계를 현장에서 경험했다. 5년여간의 준비 과정을 거친 뒤, 2018년부터는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2년간 투입한 금액은 700억원. 그동안 눈여겨 봐왔던 스타트업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빠르게 투자금을 늘렸다.

올해는 '한국 바이오 스타트업의 액셀러레이팅 역량 강화' 계획을 밝혔다.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고, 이제는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컴퍼니 빌더’로 역할을 확장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원재 대표는 “한국은 자원이 부족하고, 내수시장이 작은 분쟁국이지만, 인재가 많고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1990년대 이스라엘과 닮아 있다. 투자자에게는 지금이 기회다”라고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스라엘 벤처투자의 한 시대를 풍미한 요즈마그룹이 한국에서 그리고 있는 그림을 엿보기 위해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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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 요즈마그룹코리아 대표.(사진=요즈마그룹코리아)]

[이원재 요즈마그룹코리아 대표.(사진=요즈마그룹코리아)]



- 올해 액셀러레이팅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은 연구개발(R&D)로만 세계에서 1~2위를 다투는 나라다. 기술력이 뛰어나고 인재가 많지만, 이를 사업화하지는 못한다. 미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기업이 한국에서는 저평가돼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에서 좋다고 생각되는 기업을 외국에서 보는 시각은 또 다르다. 우리는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확인하면서 해외에 진출해 성공할 기업들을 찾고 있다. 이런 스타트업을 발굴해 요즈마그룹의 해외 네트워크와 연결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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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진출의 전초기지로 한국을 선택했다. 왜 한국인가.

“요즈마펀드는 2억6500만 달러(약 3000억원) 규모로 시작했다. 이후 10년 만에 4조원 규모로 커졌다. 직접 투자한 기업 23개가 나스닥에 상장했고, 내부수익률(IRR)은 100%를 넘겼다. 1998년 엑시트(자금 회수)를 했고, 외국계 유동성공급자(LP)가 정부 지분을 다 사갔다. 정부는 수익률보다 외국계 자본이 입맛을 볼 수 있게 마중물 역할만 했다. ‘아 이스라엘 벤처에 잘 투자하면 이런 맛이구나’라는 느낌이다.

현재 이스라엘 벤처투자금의 87%는 외국인직접투자(FDI)다. 해외 투자자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 좋은 기업이 나오면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아진다. 소위 말해서 ‘재미’가 없다. 이갈 에를리히 회장님은 2012년부터 '앞으로 기회는 이머징 마켓, 신흥시장에 있다'고 했다. 그때부터 인도네시아, 베트남, 인도,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봤다.

한국 공무원들도 이스라엘을 벤치마킹하겠다고 정말 많이 찾아왔다. 요즈마그룹은 그 덕분에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주의 깊게 본 곳은 지방이다. 대학교, 특성화 대학교, 출연 연구소에 주목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한국은 이스라엘의 90년대와 비슷하다. R&D 역량은 세계 1등인데, 사업화가 안 되고 있다. 우리는 카이스트, 포스텍, 유니스트 등에 주목하면서 기업 인큐베이팅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R&D 기술을 사업화했을 때 수익률이 어마어마했다. 과거 활용했던 방법을 똑같이 활용해보려고 한다.“


- 요즈마펀드의 성공 방정식을 한국에도 적용하는 건가.

“1990년대 이스라엘은 경제가 정말 어려웠다. 자원이 부족하고 이라크,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에 둘러싸인 분쟁국이었다. 당시 인구가 500만 명이었는데, 실업률이 높았다. 설상가상으로 소련이 무너지면서 100만 명의 이주민이 이스라엘로 들어 왔다. 정부는 청년‧중년층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목표에 두고 정책을 짰다.

당시 이갈 에를리히 수석과학관(요즈마그룹 회장)은 팁스 인큐베이터 제도를 제안했다. 히브리대학과 와이즈만 연구소 등 R&D로 유명한 기관이 많았지만, 대부분 연구개발에 그치던 상태였다. 팁스는 글로벌로 나갈 기술을 사업화하고, 벤처기업을 창업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이후 24개 인큐베이터를 대학교, 특성화 대학교, 연구소 중심으로 만들었고, 박사급 인재와 엔지니어들을 창업시켜 일자리를 만들었다.

문제는 자금이었다. 1990~1993년 열심히 인큐베이팅을 했지만, 돈이 없었다. 벤처캐피탈(VC)도 하나뿐이었다. 해외 자본을 끌어와야 했는데, 걸프전쟁이 일어나고, 미사일이 날아다니는데 누가 투자하겠나. 고심하다가 모태펀드를 만들었다. 이스라엘 재무부를 설득해서 LP 자금 40% 받고, ‘업사이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예를 들면, 주당 1000원이던 초기 스타트업 주가가 10만원이 되면 원가에 지분을 가져갈 기회를 제공하는 거다. 기업이 성공하면 수익률이 대박이겠다 싶으니 투자가 들어왔다. 모태펀드에서 11개 자펀드를 만들었는데, 모두 100% 넘게 자금을 모집했다.

요즈마펀드는 외국계 LP 등 유대인 네트워크도 활용했다.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기업을 모아 영문 자료와 투자제안서를 만들었고, 펀드 기관에 뿌렸다. 투자자 입장에서 아무런 레퍼런스가 없는 나라였지만, 기술을 보라고 설득했다. 외부에서 요즈마펀드의 성공을 바라볼 때 자금 유치만 주목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팁스 제도가 핵심이다.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으로 사업화한 기술이 있었기에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었다. 팁스 제도가 없었으면 투자 유치도 성공하지 못 했을 거다. 

한국은 이스라엘과 비슷한 점이 많다. 기술력이 우수하고, 인재가 많다. 또, 요즈마펀드를 벤치마킹한 팁스와 모태펀드가 정말 잘 운영되고 있다.“


- 왜 2018년을 기점으로 투자를 시작한 건가.

“과거에는 인맥이 없었다.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투자하는 건 말이 안됐다. 5년간 네트워크를 쌓았고, 인력도 갖췄다. VC는 보통 직원이 5~6명 있는데, 우리는 30명이 넘는다. 사내 변호사, 회계사가 있고, 액셀러레이터(AC) 본부, 해외투자 유치, 커뮤니케이션 팀도 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자신은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 바이오 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2013년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 본사에서 바이오만 보라고 했다. 10년 전부터 한국 정부가 바이오 R&D에 투자를 많이 했다. 성과가 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이제 결과물이 나올 때가 됐다는 판단이었다. 2년간 70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 중 60~70%가 바이오 기업이다. 한국은 우수한 인재가 의대로 많이 갔고, 바이오 기술력도 뛰어나다. 반면, 임상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기업 밸류는 낮다.

요즈마그룹은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보고, 미국과 유럽에서 통할 기술인지를 평가한다. 국내만 바라보는 스타트업이 많은데, 우리는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 회사에만 투자한다. 한국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술력 좋은 초기 기업을 찾고 투자한 뒤, 요즈마가 가진 글로벌‧유대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세계에 진출하는 전략이다.

우리는 와이즈만 연구소와 파트너 관계라 글로벌 제약사 네트워크를 많이 가지고 있다. 바이오는 라이센스 아웃을 하면 성공한 건데, 전 세계 공통 언어라 해외 라이센스 아웃이 쉽다. 지금도 네트워크를 활용해 피투자사를 글로벌 제약사에 연결해주고 있다. 투자 검토 과정도 그렇지만, 우리는 투자한 다음부터가 진짜 바쁘다. VC라기 보다 컴퍼니 빌더에 가깝다.“


- 한국은 투자금 회수 기간이 길고, 인수합병(M&A)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있다면.

“M&A가 잘 되려면 사실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의 대기업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대기업에서 필요한 기술이 스타트업에 있다면, 서로가 만족하는 가격에 M&A를 할 수 있다. 대기업은 규모가 커서 속도가 느리다. 반면, 스타트업은 혁신 엔진을 가지고 있다. 이를 잘 연계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중견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내 중견기업은 1차 벤더 제조 중심의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대기업이 없어서 제조 능력이 부족한데, 한국의 중견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협력하려고 한다. 이스라엘의 기술력과 중견기업의 제조 능력으로 합쳐 혁신을 시도하는 거다. 중견기업은 1차 벤더 외의 사업이 가능하고, 이 수익을 바탕으로 다시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상생할 수 있다.“


- 한국 벤처 생태계 성장을 위해 조언을 해달라.

“모태펀드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VC 만큼 AC도 많아져야 한다. 지금도 수조원이 R&D에 투입되는데, VC는 이 기술들을 사업화해 줄 수 없다. 결국, 기술 중심 AC가 많아져서 기술 중심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사업화를 도와야 한다. 다만, AC는 펀드가 작고 운영도 힘들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야 균형이 맞춰진다.

M&A 회수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 글로벌 세컨더리 펀드도 만들어야 한다. 국내는 M&A 전문가가 부족하지만 해외에는 많다. 구글, 퀄컴, GE 등 해외 출신 펀드가 들어와서 구주를 사가면 펀드가 선순환된다. M&A가 활성화돼서 모태펀드가 선순환하면 벤처 투자 생태계는 이스라엘처럼 민간 자금 주도로 돌아간다. 자금 회수기간이 빨라지면 국민들도 관심을 가질 거다. 정부는 성공사례가 나오도록 지원해고, 잘 되는 기업이 나오면 박수 쳐주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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