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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 선수, 일기장 들여다보니…"제발 그만.. 내가 정신병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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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연 기자
입력 2020-07-0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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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방송화면캡처]
 

트라이애슬론 최숙현 선수가 생전 남겼던 일기장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중앙일보는 '"비 오는 날 먼지 나게 맞았다" 철인3종 최숙현 일기장의 증언'이라는 제목으로 생전 최숙현 선수가 남긴 일기장 내용을 공개했다. 가족이 공개한 최 선수의 일기장에는 팀 내 있었던 폭언과 폭행으로 고통을 받았던 마음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지난해 1월 복귀할 때만 해도 최 선수는 "이제 진짜 시작이다" "열심히 해보자. 화려하게 트라이 복귀해 보는 거야" "남들 말 신경 쓰지 말자" 등 씩씩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한 달 뒤부터 "그만 좀 괴롭히라고 소리치고 싶다. 체중도 그만 스트레스 받고 싶다. 그만 그만 그만 제발 그만. 내가 너희들한테 무슨 죄를 어떻게 졌길래 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거니. 나한테 정말 왜 그러니"라며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3월에는 "비 오는 날 먼지 나게 맞았다"며 폭행도 있었음을 알렸다. 실제로 공개된 녹취록에는 감독과 팀 닥터가 최 선수에게 소리를 지르고 때리는 소리가 담겨 있었다. 11일에는 "가슴뼈가 아팠다. 운동하는 내내. 근데 남들은 그게 싫은가 보다. 감독도 선배들도. 자기들 아픈 건 엄청 아픈 거고 나는 아파도 안되는 건지. 서럽고 서러운 하루다. 진짜 그만하고 싶다. 눈물만 흐른다. 그만하고 싶다. 다 포기가 아니라 다 엎어버리고 싶다"는 글을 남겼다. 

이 외에도 "옛날 일들이 다 생각난다. 잊을 수 없다. 아니 잊히지 않는다. 내 머릿속에서 빠져나가기는커녕 더 커지고 선명해진다. 잊고 싶다. 아니 사라졌으면 한다. 괴롭다. 내가 어떻게 하는 게 맞는 일인걸까. 뭘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다. 마음이 불안하다. 집중할 곳이 필요해 글 쓰는 걸 선택해봤다. 운동을 못하겠다. 죽어버렸으면 길 가다 누군가 차로 쳤으면, 가는데 강도가 들어 날 찔러줬으면 이 생각이 머릿속에 맴돈다. 내가 정신병자인가"라며 괴로워했다. 

수년간 감독, 팀 닥터, 선배 선수 2명으로부터 폭언·폭행을 당했던 최 선수는 올해 초 팀을 옮기면서 대한체육회에 이를 알리고 고소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자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인에게 힘들다고 털어놓던 최 선수는 결국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달 26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특히 모친에게 "그 사람들 죄 밝혀달라"는 메시지를 남겨 더욱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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