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은 주변 환경과,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에 의해 가치가 달라진다. 식물을 건축물과 비교하면, 사람은 물과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물이 없으면 식물이 생명을 잃고 죽듯, 건축물은 사람이 없으면 역할을 잃어버리고 폐건축물이 된다.
예나 지금이나 물이 모이고 흐르는 지형에 사람이 모여 살고, 사람이 모이고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건물의 임대조건과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서울 도심의 상권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지하철역이 들어선 역세권부터 상권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역세권도 아니고, 특별한 시설도 없는 곳에 상권이 형성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농동 로터리 상권은 풍수지리적으로 주목할 만한 지역이다.
이 일대는 역세권도 아니고 특별한 시설이 없는데도 로터리를 중심으로 상권이 사방으로 형성되어 있다. 전농동로터리의 지형지세를 살펴보면 천장산에서 뻗어온 하나의 맥이 서울시립대학교를 지나 배봉산으로 이어지고, 또 하나의 맥은 래미안 크레시티아파트(2013년 준공) 쪽으로 가지를 뻗어 감싸주고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다. 주변은 아파트와 주택·학교가 있고, 로터리 주변은 상가와 전농시장이 위치하고 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고 평지에서는 흩어진다. 답십리사거리는 지형이 상대적으로 낮아 물이 흘러가고, 그 물길은 전농동로터리를 거쳐 청계천으로 흘러들어 간다. 이 물길은 물도 흐르지만 바람도 많이 부는 바람길이라 건물 주변에 바람도 많이 분다. 바람이 강한 곳은 지역발전이 늦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인지 원래 이 주변은 공실이 발행하면 오랜 기간 새로운 임차인을 유치하기가 힘들어 임대를 걱정하는 곳이다.
전농동 지형의 운세 변화는 2014년경 재개발을 마치고 래미안 크레시티와 답십리 래미안위브 아파트가 입주하면서 시작됐다. 부동산 풍수적 관점에서 해석하면, 물길에 변화가 생겼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다. 각각 2397가구, 2652가구에 달하는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전통적으로 전농동 로터리 부근에만 사람이 모이던 상권이 답십리 도로에 위치한 점포들까지 고르게 활성화됐다.
실제 전농동, 답십리동 일대의 상가 및 꼬마빌딩을 중개하는 전문가는 "한남동과 성수동에서 뻗어온 근생시설 발전의 물줄기가 구의, 군자를 넘어 답십리와 장한평으로 넘어오고 있다"면서 "전농동과 답십리동 일대는 그동안 노후상권이라 주목받지 못했지만 최근 대단지 아파트 입주로 배후수요가 늘어나 투자자들도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풍수지리에는 '산관인정 수관재물(山管人丁 水管財物·산은 인물을 관장하고 물은 재물을 관장한다)'이라는 말이 있는데, 물을 얻음에 따른 변화는 재물을 얻은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농동과 답십리가 활성화된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물이 낮은 곳으로 모이듯 사람이 모여들면서 주변 상권에 변화를 가져오고, 부동산 가치 상승을 일으켜준 것이다.
아주경제는 풍수지리와 부동산 재테크를 접목해 [부동산과 풍수이야기]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우리 전통적인 학문인 풍수의 현대적 가치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오늘도 '소확행'을 꿈꾸는 평범한 사람들의 재테크에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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