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의 연장 여부를 검토하면서 중소형 캐피털사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여전히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출만기 연장이 또 이뤄지면 유동성 관리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도입한 한시적 금융지원 조치를 연장해 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제2금융권의 만기 연장은 2만3000건(8000억원)이다. 당초 이번 조치는 6개월 한시적으로 이뤄져 오는 10월부터 순차적으로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경기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여전히 소상공인들이 대출 원금을 상환하기에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제는 정부가 대출 만기를 재연장한다면 캐피털사 역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형 캐피털사들의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만기 재연장을 해주면 자금 계획에 차질에 생기기 때문이다.
현재 중소형 캐피털사는 여전채 시장 경색으로 여전히 1년 만기의 단기채 위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신용등급 BBB+인 오케이캐피탈은 지난 2일 100억원 규모의 여전채를 1년 1개월 만기로 발행했다. 이자율은 3%다. 지난달 22일에는 100억원 규모를 3.97%의 이자율로 발행했다. 역시 만기는 1년이다.
금융당국이 지원하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의 경우, 신용등급 A-이상만 가능해 BBB+이하인 캐피털사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출의 만기를 더 연장한다면 캐피털사의 유동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90일 이내 만기도래 차입 부채 비율에서 즉시 가용 유동성 비율이 100%를 넘는 캐피털사는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전체 26개 캐피털사 가운데 절반가량이다.
이 비율은 영업자산의 현금 회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즉시 가용 유동성만으로 90일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 부채를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지수다.
JB우리, 메리츠, 산은, 한투, 하나, JT, NH, 애큐온, 효성 오케이캐피탈 등의 즉시 가용 유동성 비율이 100%가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케이캐피탈은 27%, 효성캐피탈은 28%로 최하위권이다.
한신평 관계자는 "원금과 이자유예 지원으로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이 영업자산의 20% 이상인 업체들의 1년 이내 만기도래 자산·부채 커버리지 비율이 저하됐다"며 "유동성 대응 능력이 다소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캐피털사의 대출 문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신규대출을 축소한 캐피털사도 있다.
한 캐피털사 관계자는 “과거처럼 조금만 준비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자금 운용의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만기연장을 신청하는 고객들은 유동성 애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추가적으로 연장을 해주면 폭탄을 계속해서 쌓아두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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