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편의점주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최저임금위원회 4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가 올해보다 16.4% 인상한 1만원을 요구하자 결사반대를 외치며 전의를 불태운 것이다.
근로자들에게 '최저시급 1만원'은 어떤 의미일까. 최저임금의 기본 취지는 저소득 근로자들이 최소한의 생계비를 받음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누리게 하는 데 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노라면 수혜자여야 할 취약계층이 오히려 이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급 1만원이 되면 한 달을 평균 4.3주로 계산했을 때(365일÷7일÷12개월) 법정 최대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으로 한 달 노동시간은 (52시간x4.3주) 223.6시간이 된다. 월급은 223만6000원으로 주휴수당 20%를 더하면 270만원가량 된다. 편의점에서 주 5일, 52시간을 근무하면 어떤 알바생이든 월 27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주 동안 하루 8시간 기준 평일 5일을 모두 출근했다면 하루치에 해당하는 주휴수당을 보장하도록 돼 있다. 여기에 야간수당의 경우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1.5배를 지급해야 한다.
편의점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가장 큰 부분이 임대료와 가맹수수료, 인건비, 카드수수료 등이다. 임대료와 가맹수수료는 점주들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점주들은 인건비를 낮춰야 수익이 올라가는 구조다. 결국 점주들이 직접 근무하는 시간을 늘려 일자리만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전국 협의회 소속 편의점은 모두 4만여개인데, 20%인 8000여개가 인건비와 임대료를 지불할 수 없는 적자점포다. 30%는 월 순이익이 99만원에 불과하다. 커피 전문점과 치킨집에 견줄 정도로 편의점 수가 너무나도 많다. 보통 편의점 하면 24시간 영업의 대명사였지만 이제는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심야영업을 하는 곳은 눈에 띄게 줄었다. 살아남기 위해 서로 제살 깎아먹기식 과잉경쟁을 하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옆집 편의점이 망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웃픈 현실이 됐다.
반세기 가까이 편의점 왕국으로 군림하며 고속 성장을 구가해오다 최근 경영 악화의 늪에 빠진 일본을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 일본 편의점 업계는 1974년 세븐일레븐이 도쿄에 1호점을 연 이후 50년 동안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편의점 밀집도가 낮은 탓도 있겠지만 일본 가맹본점은 가맹점주들에게 연간 ‘최저수입’을 정책적으로 보장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정부의 역할이 컸다.
수도·전기료를 지원해 주며, 24시간 영업을 하는 매장에는 연간 120만엔(약 1209만원)의 장려금을 지급했다. 개업을 위한 가정이사 시 이사비 일부를 지원하며 가맹점 과실로 상품 불량 발생 시에도 원가의 15%는 본사가 부담 하는 등의 지원책도 운영한다. 더 많은 수수료를 받는 대신 퇴출당하는 가맹점이 없도록 적극 지원해 편의점주와 본부가 상생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위기감에 휩싸인 일본 편의점업계는 '종합 생활플랫폼'으로의 혁신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나 홀로 성장'을 거듭하다 마케팅을 강화한 중형 할인점, 주요 일반 소매 물품을 싼 가격에 파는 약국 등과 경쟁이 격화되면서 소비자를 가장 잘 아는 생활밀착형 공간으로 변신하겠다는 각오다.
국내 편의점도 생필품 구매 공간이었던 편의점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다양한 기술과 생활 편의 시스템 도입 등으로 단순 판매장이라는 한계점을 넘어서고 있는 것. 진화를 거듭한 편의점은 지난해 처음으로 대형마트의 영업이익을 앞지르기까지 했다.
선수가 제대로 뛰려면 그라운드에 공정한 심판이 나와줘야 한다. 편의점 업계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구원투수로 나서야 할 때다. 편의점주의 요구 조건을 무조건 수용하기는 어렵겠지만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위해서는 이들과의 진실된 소통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이 모두가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늘어난 인건비로 편의점주는 폐업을 고민하고, 아르바이트생은 일자리를 잃고, 편의점 본사는 매출 하락을 우려하는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