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극복 위한 백신 개발은 어디까지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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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입력 2020-07-0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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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29)

[박상철 교수]


<100 to the future> 필자 박상철 교수 =이제 120세 시대로 나아가는 지금. 노화(老化)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박상철 교수의 ‘100 to the future(백, 투더 퓨처)’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박 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뒤 30년간 서울대 의대 생화학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화세포사멸연구센터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을 역임했고, 현재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노화 분야 국제학술지 ‘노화의 원리’에서 동양인 최초 편집인을 지냈고 국제 백세인연구단 의장, 국제노화학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노화 연구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노화이론을 세운 그의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지에 소개됐습니다.

<100 to the future>는 100세까지 보편적으로 사는 미래에 대비하자는 의미로, 영화 '백 투더 퓨처'의 미래 귀환 뉘앙스를 차용한 시리즈 제목입니다. 이제 우리는 100세 시대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앞당겨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필자는 그 길어진 삶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건강하고 풍요로운 내일에 대해 실감나게 짚어나갈 계획입니다. <편집자주>



인류 역사에서 대재앙은 기아, 전쟁, 역병이다. 그 중 기아와 전쟁은 눈에 보이는 원인에 의하여 초래되지만 역병은 눈에 보이지 않는 요인에 의하여 일어나기 때문에 인간에게 미치는 공포는 훨씬 클 수 밖에 없고 불안을 조장하여 정치체제와 사회제도를 붕괴하였다. 페르샤 전쟁을 이기고 델로스 동맹의 맹주가 된 아테네가 몰락한 이유는 스파르타와의 내전으로 해외용병, 노예들을 좁은 도시 공간으로 불러들인 결과 전염병이 만연하였기 때문이었고, 기독교중심 신본주의 사회였던 유럽이 인본주의 르네상스 문명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도 창궐한 페스트 때문이었고, 아즈텍과 잉카제국이 극소수의 스페인군에 멸망한 것도 천연두 때문이었으며, 나폴레옹의 러시아침공이 실패한 것도 발진티푸스의 발생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사회를 마비시키고 공포를 조장한 역병에 대응하기 위해 인류는 추방과 사회적 격리를 실시하였다. 나병, 결핵병 등에 대한 격리는 수 천년 이어져왔고, 페스트유행 기간에는 입항하는 선박을 연안에서 40일간 정박시키는 검역(quaranta giorni, 40일)이 시작되었다. 사회적 차단에서 구체적 방역으로 발전한 것은 천연두에 대한 우두접종이 효시로 백신이라는 개념이 비롯되었다. 역병의 원인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체임이 확인되면서 천연두, 소아마비, 홍역, 디프테리아, 황열병, 장티프스, 콜레라 등 30여종에 이르는 백신들이 개발 보급되어 인류를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고 수명을 연장하는데 기여하였다. 지역사회가 굳이 감염되지 않더라도 백신에 의하여 집단면역을 초래하는 노력이 빛을 보아 인류에게 큰 재앙이었던 천연두와 소아마비가 사실상 지구상에서 박멸되기도 하였다. 최근 COVID-19 감염확진자가 전세계에서 천만 명을 돌파하고 사망자가 오십만 명을 넘어서면서 인류에게 엄청난 위협이 되면서 백신에 대한 갈망이 고조되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바이러스에 의한 팬데믹이 언젠가 발생할 수 있으리라고 예측해왔다. 주거시설 집단화와 국제적 교통망의 확충, 축산물 집단 대량사육과 야생동물 가축화,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에 WHO에서는 신종변형 인수공통전염병의 위험성을 예고하면서 크림-콩고 출혈열, 에볼라, 마버그, 라사열, 메르스, 사스, 니파, 리프트밸리열, 지카, Disease X 등 10여가지의 유행을 경고하여 왔다. 백신은 해당병원체를 배양한 다음 죽었거나 죽기 직전의 상태로 약독화하여 주입하여 체내에 항체를 유도하는 것이 가장 기초적인 방법이다. 항원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적으로 병원체 전체를 사용하나 부작용을 줄이고 효율을 강화하기 위해 병원체의 단백질분절, 다당체분절, DNA나 RNA 분절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백신에는 사백신, 생백신, 톡소이드백신, 이종백신, 아단위백신, 재조합백신 등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빌 멜린다 게이츠재단, 세계경제포럼, 웰컴트러스트, 노르웨이, 인도, 일본 등이 주축이 되어 국제적인 전염병 대비혁신연합(CEPI)을 구성하고 1조원의 자금을 마련하여 우선 라싸열, 메르스, 니파에 대한 백신을 준비하고 있었다. 백신의 플랫폼으로 침판지 아데노바이러스, 홍역과 천연두바이러스, 재조합 DNA, RNA등을 사용하여 다양한 형태의 개발을 지원하고 있었으며, COVID-19의 경우에도 CEPI는 선도적으로 mRNA-1273을 이용하는 RNA백신, INNO-4800와 같은 DNA백신,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 재조합 단백질 나노파티클 백신 등의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WHO에 등록되어있는 COVID-19 백신개발의 세계적 추진현황은 18개 백신이 임상에 진입하여 있다. 중국이 사백신 4개와 재조합adeno5 바이러스와 재조합단백질 백신 등 7개를 등록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임상 1상이나 2상에 진입하고 있어 머지않아 소기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임상단계의 백신 개발은 현재 129종이 WHO에 보고되어 있으며 우후죽순처럼 증가하며 세계적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8개 기업에서 백신개발에 착수하고 있으며 일부는 임상1상에 진입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엄청난 투자를 통하여 가속이 붙은 세계적인 경쟁은 궁극적으로 백신개발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예측되나 몇 가지 문제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이 검정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으므로 아무리 서둘러도 빠른 시일 내 보급이 어렵다는 점과 경제대국의 독점으로 저개발국가에는 혜택이 갈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 등이다. 그러나 국내 3번환자에서 추출한 COVID-19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김빛내리박사팀이 세계최초로 구조를 분석한 결과 돌연변이가 아주 쉽게 일어나는 속성이 있다고 밝혔으며, 실제 현재 유행중인 바이러스의 30%이상이 변종으로 확인되었다. 더욱 인체 ACE2수용체와 결합하는 스파이크단백질에 변이가 일어나서 다른 바이러스보다 결합력이 20배이상 강해 전염성이 높을 것이 예상되었고 실제로 최초 우한 바이러스보다 구미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적어도 6배이상 강력하다고 보고되었다. 이러한 바이러스의 특성은 현실적으로 백신의 개발과 효력의 한계를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모든 유형의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판코로나 백신의 개발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생물학적 제제 백신 개발에는 시간적 제한성도 있고 제제의 효과도 선택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COVID-19의 파급을 막는데 백신에만 기대할 수는 없다. 백신개발 전에 당장의 대안으로는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의 생활방역에 집중하여야만 한다. 또한 COVID-19 치사율의 주요인이 고혈압, 당뇨, 비만, 폐질환과 같은 기저질환이라는 점은 그나마 새로운 해결 가능성을 시사해주고 있다. 이들 기저질환이 생활습관질환들로써 적절한 운동과 식사조절 그리고 철저한 금연을 통하여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차제에 생활태도를 개선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더욱 치사율이 높은 고령자의 경우에는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기본적인 면역기능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에 그 효과가 미미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노인의 경우에는 기저질환 방지를 위한 생활습관 개선이 더욱 절실하다. 비록 백신을 개발하는 일이 최우선이겠으나 일상생활에서의 방역과 기저질환을 예방하는데 우선 총력을 기울려야 한다. 그리고 아울러 코로나 치료를 위한 약제개발을 촉진하고 치료시설에 대한 대비도 적절하게 갖추어 사회적 충격을 경감하여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인류는 모든 재앙을 극복해온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이번의 코로나사태도 조만간 해결하리라는 신념에는 흔들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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