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캠브리콘 테크놀로지(寒武纪科技)가 중국 증시 상장을 통해 모두 4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캠브리콘은 중국 '상하이판 나스닥'이라 불리는 벤처·스타트업 기업 전용증시,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에 상장할 계획이다.
7일 중국 베이징상보 등에 따르면 캠브리콘은 전날 상하이거래소 커촹반 공시를 통해 주당 공모가격을 64.39위안으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캠브리콘은 모두 4010만주를 발행한다. 이는 전체 회사 지분의 약 10%에 달하는 수준이다. 캠브리콘이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모두 25억8200만 위안(약 4390억원) 규모다.
캠브리콘은 중국 세계 최초 AI칩 유니콘 기업이다. 중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국립 자연과학연구소인 중국과학원 출신 연구원인 천톈스(陳天石), 천윈지(陳雲霽) 형제가 지난 2016년 베이징에서 창업했다. 전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무인기, 웨어러블 설비 등에 장착 가능한 딥러닝과 신경망 전용 칩을 상용화해 주목 받았다. 알리바바, 레노버, 중국과학원 등의 투자를 받고 있으며,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AI칩을 공급하고 있다.
앞서 하루 전날인 5일 저녁, 중국 최대 반도체 기업인 중신궈지(中芯國際·SMIC)도 커촹반 상장 공모가를 확정했다. SMCI는 공시를 통해 주당 공모가격을 27.46위안으로 확정했으며, 모두 16억8600만주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MIC가 이번 IPO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최대 530억 위안이다.
2000년 설립된 SMIC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로, 미·중간 '반도체 전쟁' 속 중국 정부가 강력히 밀고 있는 기업이다. SMIC 역시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 들어 커촹반엔 중국 하이테크 기업 상장이 물밀듯 밀려오는 모습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중국 기업들은 커촹반에서 모두 69억6000만 달러 자금을 조달했다. IPO 자금조달 규모로는 미국 나스닥에 이은 2위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나스닥의 올 상반기 IPO 자금조달액은 155억 달러였다.
커촹반은 미·중간 무역전쟁이 기술패권 경쟁으로까지 고조되던 지난해 6월 정식 출범했다. 자국의 핵심 기술 개발과 혁신에 주력하는 중국 지도부로선 하이테크 기업의 안정적인 자금조달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커촹반을 신속히 마련했다. 당시 블룸버그는 “미·중 무역전쟁에 맞서는 중국의 새로운 방패”라고 커촹반을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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