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냉대·코로나 뚫고 韓 찾은 비건...꽉 막힌 비핵화 협상 '모멘텀'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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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박경은 기자
입력 2020-07-0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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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건, 한국 도착...8일 강경화 등 잇달아 면담

  • 북미협상 재개 쉽지 않을 듯...'北 몽니' 여전

  • "대북 대화 재개 앞서 한미 의견 조율해야"

미국의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행기가 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7일 오후 한국에 도착했다. 지난해 12월 방한 이후 7개월 만이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양국 대화는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1차 정상회담 결렬과 같은 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실무협상 결렬로 교착에 빠진 상태다.

한국과 미국에서는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가 치러지기 이전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된다.

이 가운데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한다는 의사를 이미 두 차례나 밝혀 비건 부장관 방한이 '빈손'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비건, 한국 도착...8일 강경화 등 잇달아 면담
외교부에 따르면 비건 부장관은 이날 오후 3시 20분경 군용기를 통해 경기 오산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비건 부장관은 9일까지 2박 3일간 서울에 체류하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세영 외교부 1차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날 예정이다.

우선 8일 오전 강 장관을 예방한 후 조 1차관과 제8차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진행한다.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는 지난 2017년 10월 당시 임성남 외교부 1차관과 존 설리반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7차 전략대화 이후 약 3년간 중단됐다.

이번 대화에서는 대북 문제 이외에도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협상,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확대, 반중(反中) 경제블록으로 알려진 경제번영네트워크(EPN) 등 양국의 주요 현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EPN과 관련한 논의는 앞서 미국 국무부가 외교부에 소개한 개념 및 내용 등에 추가 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EPN 구상이 전부"라며 "미국 쪽도 뚜렷한 구상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후 비건 부장관은 카운트파트(대화상대방)인 이 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회담을 진행한다.

양측은 북·미 비핵화 협상 복원을 위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으로, 면담 후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점쳐진다.
북미협상 재개 쉽지 않을 듯...北 몽니 여전
다만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국무부는 전날 오후 비건 부장관의 방한 일정을 공개하면서 북한에 대한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FFVD는 미국이 원하는 일괄타결식 비핵화 방법으로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 비핵화'와는 차이점을 보인다. 북한은 영변 핵 시설 폐기에 따른 제재완화 등 상응조치가 담긴 단계적 비핵화를 요구 중이다.

이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6일(현지시간) 영국의 대북제재 조치를 환영해 관심이 쏠린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국무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오늘 영국 정부는 '2018 제재 및 자금세탁방지법'에 따른 글로벌 인권 제재 체제를 확고히 했다"면서 "미국은 인권 증진 및 보호에 대한 영국의 지속적인 글로벌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북한,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미얀마 등 인권침해 혐의를 갖는 개인과 기관 49곳을 대상으로 여행금지 및 자산동결 등의 제재를 시행했다. 북한은 강제노동수용소 운영으로 두 곳을 제재했다.

영국의 제재가 북한만 겨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건 부장관이 꽉 막힌 북·미 비핵화 협상을 풀기 위해 순방 길에 나선 상황에서 미국의 제재 지지는 대북 압박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북 대화 재개 앞서 한미 의견 조율해야"
결국 비건 부장관이 이번 방한을 통해 대북 문제와 관련한 한·미 양측 간 의견 조율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미 간 입장차 조율이 필요하다"며 "대북제재 완화 등에 대한 한·미 간 의견 조율이 먼저 이뤄진 후에 북한과 이야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차관은 또 '비건 부장관이 미국 대선 전 한반도 상황 관리를 위해 방한하는 것'이라는 일부 관측에 대해 "북한에 대한 미약한 메시지를 내기 위해 방한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라고 일축했다.

김 전 차관은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대해 계속 대화를 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주는 등 공동의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북한은 지난 4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에 이어 이날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이 담화를 통해 북·미 대화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권 국장은 이날 담화에서 "때아닌 때에 떠오른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설과 관련해 얼마 전 우리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하여 명백한 입장을 발표했다"며 미국과의 협상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앞서 최 제1부상은 지난 담화에서 "긴말 할 것도 없이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미 협상의 북측 핵심인 두 당국자가 비건 대표 방한에 맞춰 미리 담화를 내는 것은 진정으로 협상에 관심이 없다기보다 과거 방식으로는 하지 않을 것임을 미리 경고한 것"이라며 "획기적인 제안 없이 움직이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역시 "북한은 (남측에) 중재 역할을 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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