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으로 한·미가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위해 마주앉은 가운데 시민사회단체가 한미워킹그룹 해제를 촉구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와 겨레하나, 양심수후원회, 평화통일시민연대 등 176개 단체가 모여 발족한 ‘8·15 민족자주대회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규탄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전날 오산 미 공군기지에 군용기편으로 도착한 비건 부장관은 이날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 예방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방한 일정에 돌입했다.
추진위는 “남북 관계가 파탄이 나고 있는 엄중한 시국에 이뤄진 비건 방한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미국의 전방위적 대북, 대남 압박의 한복판에 비건의 방한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진위는 “미국 국무부는 이번 방한 일정을 밝히며 북에 대한 소위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목표를 재확인하며 압박을 가했다. 사실상 북이 무릎 꿇지 않는 한 대화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번 방한의 협의 의제에도 있는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관련 논의를 통해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의 재차 강요 또한 예상된다”며 “최근 미 국방부는 2018년 이후 중단된 8월 한·미연합훈련의 ‘범위, 규모를 한·미동맹의 맥락에서 결정할 것’이라며 사실상 훈련재개 압력을 가한 바도 있다”고 덧붙였다.
추진위는 한·미워킹그룹에 대해 “실무 협의체일 뿐이라 변명하지만, 남북 관계 위에 올라타서 간섭과 방해를 일삼아왔다”며 “해법은 내정간섭의 파수꾼이 되어버린 한·미워킹그룹의 해체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누가 진짜 한반도 정세를 거꾸로 돌렸는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며 “2018년 남과 북이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 통해 평화·번영, 통일의 길로 성큼 달려가자 미국은 그해 11월 한·미워킹그룹을 만들어 남북관계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남북 도로·철도 연결, 한강 하구 공동이용, 방역·보건의료 협력 등 남북이 합의했던 사안들은 한·미워킹그룹 앞에 건건히 멈춰서야 했다”며 한·미워킹그룹이 내정간섭, 주권침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폐기와 정부의 판문점 선언 이행 촉구의 목소리를 높였다. 평통사는 비건 부장관이 외교부로 들어서는 시간에 맞춰 ‘No Sanction(제재 반대)’, ‘Peace Treaty Now(지금 당장 평화협정)’라고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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