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베트남 베트남넷, 하노이머이 등 현지 매체들은 코로나 여파로 사교육 시장이 올해 상반기에는 정체됐지만, 하반기부터는 완전히 제 모습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들은 특히 이 같은 사교육비 지출은 입시 시험과 맞물려 많은 베트남 학생들이 더욱 어린 나이부터 입시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베트남 교육시장, GDP 6% 근접··· ”갈수록 나이 어려지는 입시교육“
최근 베트남넷은 ILA, APEX 등 하노이 유명 사립어학원들이 대부분 기존수업을 정상화시켰다며, 일부 입시전문 강사의 강의는 700만~800만동(약 36만~41만원)까지 수업료가 올라갔지만 계속해서 수업 요청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하노이시에서는 UMS, 꺼우저이, 도안티디엠, 아르키메데스 아카데미 등이 대표적인 명문 중학교로 손꼽힌다. 이들 학교는 매년 입시철이 되면 입학경쟁률이 30대1을 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다른 학부모인 마이꿘씨는 최근 추세에서 어린나이부터 공부하지 않으면 유명한 중학교에 입학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궁극적으로는 명문 대학 진학률이 좋은 하노이 암스테르담 고등학교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며, 매달 다른 경비와 학원 통학 버스를 포함하지 않고 700만~800만동 정도를 지출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학부모들은 약 2000만동에 달하는 중등 입시전문학원에 자녀를 보내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하노이머이에 따르면 일부 학부모들은 중등입시학원과 함께 1회당 30만동이 넘는 영어교육 과외도 별도로 자녀에게 교육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베트남에서 제도교육은 국제학교와 공교육으로 크게 구분된다. 베트남 부유층은 자녀의 종합교육이 보장되고 조기유학을 준비하기 위해 한해 최소 수만 달러의 학비가 소요되는 국제학교 진학을 선호한다.
반면 베트남 일반 가정에서는 국제학교 학비를 부담하긴 힘들다. 때문에 베트남 일반가정들이 명문 중학교에서부터 명문고, 명문대로 이어지는 베트남 일반입시에 ‘올인’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일반 입시경쟁이 치열해지고 사교육 나이가 갈수록 어려지면서 사교육 비용의 총합이 늘어나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베트남 정부도 교육부 차원에서 일반 사교육 시장을 억제하겠다고 나섰지만 계속해서 늘어나는 학원과 부모들의 사교육 열기를 모두 통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노이의 평균소득은 4000~5000달러 수준“이라며 ”이를 감안해볼 때 베트남 사교육 비용은 부모가 맞벌이를 한다 해도 가정경제에서 상당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사교육 1위는 ‘영어’··· 영미권 브랜드 학원 선호
사실 베트남에서 사교육 시장의 열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베트남의 경제 성장과 신분 상승에 대한 열망이 맞물리면서 2000년대 들어 급격히 사교육 시장은 급팽창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에서 베트남 교육부 장관은 현지에서 교육 분야에 소비되는 금액이 2018년 국내총생산(GDP·2413억 달러)의 5.8%에 이른다고 밝혔다. 2000년 베트남의 교육 분야 소비액은 GDP(312억 달러)의 3.6%점을 감안하면 거의 두 배에 도달한 수준이다. 베트남 내 대학교 수도 2000년 148개에서 2017년 235개로 두 배가량 늘었다.
지난해 11월 코트라 호찌민무역관은 호찌민시에서 자녀를 두고 있는 기혼 여성 200여명을 대상으로 대면 설문을 진행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2.1%가 자녀를 위해 사교육에 비용을 지출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사교육 경험이 없다고 답한 17명 가운데 12명은 자녀의 연령이 만 6세 이하였다.
베트남에서 보편적인 사교육 형태는 학교 교사가 주도하는 방과 후 수업(53.3%·복수응답), 학원(50.8%), 과외(32.7%) 순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수는 2개가 29.2%로 가장 많았고 1개 28.7%, 3개 24.5%였다. 또 사교육을 받는 교과목은 영어(82.0%·복수응답), 수학(41.7%), 국어(베트남어·21.8%) 순이었다.
이러한 베트남 사교육 시장 성장의 중심은 단연 영어다. 베트남의 제1외국어 교육과목은 5개 국어(영어·프랑스어·중국어·일본어·러시아어)가 있지만, 영어는 이 중 가장 선호도가 높고 중요한 과목이다.
베트남 또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영어에 대한 조기교육열이 매우 높다. 베트남 학부모들 역시 한국처럼 영어 조기교육의 이점이 크다고 믿고 있는 경향이 강하다. 즉, 성인이 되어서 외국어를 배우는 것보다 나이가 어릴 때 더 빠르게 배우고 효과도 크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특히 영어 과목의 경우 브랜드 학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수학과 문학은 공교육과 베트남인 과외강사들로 채워지는 반면, 영어는 외국계 사립학원 비율이 절대적이다.
문제는 사교육 지출에서 영어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베트남 학부모들은 베트남 영어 공교육 수준이 학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비싼 학원 수강료를 지불하고라도 자녀를 영어 학원에 보내고 있는 현실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베트남 대표 영어 학원인 ILA Vietnam의 경우, 5개월 74시간 교육 과정 수강료는 약 720달러에 달하며, 한국회사가 투자한 에이프릴어학원은 3개월 과정 수강료는 약 528달러에 달한다.
현재 베트남의 영어 사교육 시장은 현지에 기반을 둔 합작 학원과 미국, 영국 등에서 진출한 영미권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 업체도 청담러닝, 구몬, 정상제이엘에스 등이 진출해 있다.
이제 베트남 부모들이 영어 학원 앞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자녀들의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은 베트남에서 매우 흔한 풍경이 됐다.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뚜이 씨는 하노이머이에 "학교의 오전수업이 끝나면 자녀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곧바로 영어학원으로 보낸 뒤 다시 수업이 끝나면 데리러 간다"고 전했다.
실제 영어 실력에 따라 대졸 연봉이 3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점도 젊은 부모들이 조기 영어교육에 열을 올리는 주요한 이유로 지적된다.
한 업계관계자는 “현재 베트남은 과거 한국에서 사교육 열풍이 불었던 1980, 90년대를 연상케 한다”며 "영어를 중심으로 하는 베트남 사교육 시장에는 자녀 교육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돈을 쓰는 열혈 1980년대생 학부모들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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