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가 농어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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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0-07-0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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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반기 주식시장 거래대금 22조4000억원...전년동기비 111.2% 급증

  • 증권거래세 상반기에만 4조 돌파 추정...코스피에 포함된 농특세 0.15%

"주식을 하면서 왜 농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금을 내야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주식 거래를 했을 뿐인데 농어촌특별세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국에 '동학 개미'가 농어민을 살렸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까지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장내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은 22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2% 급증했다. 일평균 결제 대금은 7188억원으로 49.3% 늘었다.

올 상반기에만 개인 투자자들은 4조원이 넘는 증권거래세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예년 한 해 증권거래세 규모와 맞먹는다. 하반기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제공]

증권시장이 활황이면 투자가 활발해 증권거래세도 더 걷힌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이를 매수 적기로 여기고, 향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동학 개미가 대거 유입됐다.

주식거래액이 증가했다는 것은 농특세 세수가 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코스피 증권거래세에는 농특세 0.15%가 별도로 부과되기 때문이다.

특히, 농특세 세입의 대부분은 증권거래세에서 나온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걷은 농특세는 1조6350억원으로 전체 농특세(3조9182억원)의 42%에 해당한다. 2018년에는 그 규모가 78%에 달했다. 

농어촌특별세는 사용 용도가 정해져 있지만 독립된 세원이 없다. 다른 세목에 추가해 부과되는 부가세다. 주식을 팔 때 내는 증권거래세를 비롯해 △부동산을 매입할 때 내는 취득세 △명품가방이나 자동차를 살 때 내는 개별소비세 △종합소득세 △양도소득세 △배당소득세 △레저세 등에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농특세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농특세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당시 농수산물 시장의 개방이 불가피해지자 국내 농어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걷기 시작했다.

당초 10년간 한시 적용이었으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등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으로 농어업 피해 우려가 커지자 10년씩 두 차례 연장해 그 수명이 2024년까지 늘었다.
 

[자료=국세청 제공]

정부가 최근 발표한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오는 2023년까지 증권거래세율을 현행 0.25%에서 0.15%로 인하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코스피 증권거래세는 0%가 된다. 그렇다고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농특세(0.15%)가 남는다.

오무영 금융투자협회 상무는 지난 7일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향 공청회'에서 "투자자들은 거래세 인하 후 남는 농특세도 거래세 일부로 생각하고 있다"며 "주식투자자가 왜 농특세를 부담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농특세를 전 국민이 부담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은 예전부터 나왔다. 26년 전과 상황이 달라졌고, 무엇보다 조세 합리주의에도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농특세 폐지가 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농어촌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일부 국회의원들은 '표심' 때문에 농특세 폐지를 극구 반대하고 있다. 

정부도 당장 증권거래세와 농특세 폐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고광효 기재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농특세 전체 세수 중 증권거래에서 발생하는게 전체의 50%가 넘는다"면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게 되면 농특세를 다른 데서 걷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과세 형평성, 조세 합리화를 내세우면서 농특세는 건들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몰이 도래하는 2024년까지 증권거래세를 양도차익세로 전환한 후 세수의 일부를 농특세로 전용하는 방안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와 조세재정연구원이 주최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향 공청회가 지난 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렸다. [사진=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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