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장관은 8일 입장문을 내고 "더 이상 옳지 않은 길로 돌아가서는 안된다. 9일 오전 10시까지 하루 더 기다리겠다"며 "총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장관의 지시에 따를 것인지 말 것인지를 명백히 하라'는 취지로 읽힌다.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거부할 경우, 스스로 물러나거나 감찰·징계 등 인사조치를 받게 된다.
전날 '검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을 제시하며 윤 총장을 검언유착 사건에서 배제시킨 이유를 명쾌하게 밝힌 추 장관이 숨쉴 틈을 주지 않고 상대를 몰아붙이는 양상이다.
추 장관은 "저도 검찰조직 구성원의 충정과 고충을 충분히 듣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느 누구도 형사사법 정의가 혼돈인 작금의 상황을 정상이라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모두 주어진 직분에 최선을 다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을 구명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제3의 특임 검사'를 임명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특임 검사는 총장의 수사지휘가 사실상 없는 제도로 추미애 장관의 지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다만 현재까지 검언유착 사건을 수사해 왔던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의 수사 경과와 결과를 특임 검사에 상당 부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절충형 특임검사를 제안했다. 박 의원은 윤 총장과 같은 사법연수원 23기다.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 측이 퇴로를 찾기 위해 여권 고위층에 줄을 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SNS를 통해 "사실상 윤석열 살리기를 하는 것"이라며 "꼭 안에서 딴짓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황 전 국장은 "학창시절 사사로운 인연이야 나라고 없겠나"라면서 "만고의 역적들, 쿠데타의 주범들을 옛정으로 감싸 천추의 한을 남기지 마시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이 이미 특임검사 임명에 대해 "명분도, 필요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만큼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없다는 시각이 대세다.
추 장관은 현재 연차를 낸 상태다. 이날도 추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올린 글에서 향후에도 '검언유착'과 관련한 협상은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추 장관은 "무수한 고민을 거듭해도 바른 길을 두고 돌아가지 않는 것에 생각이 미칠 뿐이다"라고 글을 남겼다.
그는 "스님께서 주신 자작나무 염주로 번뇌를 끊었다"라고 덧붙여 이미 결단이 서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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