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과거 환경을 복원하는 연구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대륙붕 퇴적물에서 과거 수십만 년을 찾아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대륙붕은 퇴적물이 잘 쌓이는 곳이지만, 간빙기에서 빙하기로 넘어갈 때 빙하가 확장되면서 그 이전에 쌓인 퇴적물을 쓸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연구지역인 로스해 대륙붕 외곽은 빙하기에도 빙하로 덮이지 않아서 퇴적 기록이 끊이지 않고 비교적 잘 보존돼 있었다.
로스해 대륙붕의 해양퇴적물에는 빙하기–간빙기를 4차례 겪는 동안 발생한 빙하의 움직임과 남극바다의 순환 흔적 등이 남아있었다.
복원 결과에 따르면, 빙하기에는 남극대륙 빙하가 확장돼 바다를 덮으면서 생물의 활동이 위축돼 바다의 생산력이 줄었고, 바다의 순환도 느리게 일어났다. 반면, 간빙기에는 빙하가 주춤하면서 바다는 활기를 되찾았고 생산력도 증가했다.
극지연구소와 전북대학교, 뉴질랜드 빅토리아대 공동연구팀은 2015년 국내유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로 로스해 대륙붕을 탐사해 해양퇴적물을 취득한 다음, 퇴적물에 남은 시간에 따른 자성의 변화와 생물사체의 골격을 분석해 연대를 설정했다.
남극은 전 세계 바다 생산력의 1/3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 지구적인 해수 순환을 통해 다른 바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 세계 바다를 연구하는 해양학자들이 현재와 과거 남극의 생물-해양 환경 변화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남극의 아문젠해, 스코시아해 등에서도 수백만 년 전 빙하와 바다 사이의 상호작용을 규명하기 위한 국제공동해양 시추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이번 연구는 극지연구소의 「과거 온난기의 서남극 빙상 후퇴 및 해양 순환 변화 연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연구 성과는 7월 1일, 국제 학술지 Quaternary Science Reviews에 게재되었다.
제1저자인 김성한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빙하기와 간빙기를 4번씩 겪으면서 기록된 정보가 남극과 세계 바다의 미래 모습을 예측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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