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경영 행보와 법정서 진땀...조현준 회장에 닥친 두 개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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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입력 2020-07-0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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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액화수소ㆍ탄소섬유로 수소경제 활성화에 적극 동참

  • 횡령배임 2심ㆍ계열사 부당지원 1심…이달만 2개 재판

조현준 효성 회장. [사진=이범종 기자]

[데일리동방] 조현준 효성 회장의 기술경영 행보가 법원 문턱에 번번이 걸리고 있다. 수소시장 선도를 목표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달에만 2개의 재판이 진행돼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수소경제 활성화를 앞세우는 현 정부 정책과 맞아떨어지지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와 재판이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에 발목을 잡고 있다.

◆친환경 기술 경영...코로나19도 방어해야

효성은 지난 4월 독일 가스회사 린데그룹과 2022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액화수소 생산과 운송, 충전시설 설치와 운영을 망라하는 벨류체인 구축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효성 액화수소 사업의 핵심은 효율적이고 안전한 수소 저장·운송이다. 린데는 30년간 미국과 유럽에서 수소를 생산하며 운송·충전에도 기술력이 독보적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2000년 CNG 충전 시스템 사업에 진출한 효성의 노하우로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이다.

그간 국내시장은 기체 상태 수소만 사용해 저장과 운송에 어려움이 있었다. 액화수소는 기체수소보다 부피를 8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탱크로리 1개에 기체수소는 250kg, 액화수소는 3500kg을 운송할 수 있다. 기체수소는 고압인 반면 액화수소는 저압이라 안전성도 높다. 충전시간(15kg 승용차 1대 기준) 역시 기존 12분에서 3분으로 4배가량 빨라진다. 수소 버스나 트럭 등 대형 수소차시장이 넓어질 수 있다.

당시 조 회장은 “수소는 기존 탄소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꿀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로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여건에서 과감한 투자로 수소경제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포부다.

특히 효성의 액화수소 사업은 정부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과 맞아떨어진다. 정부는 2040년까지 수소차 620만대에 수소충전소 1200개소를 보급한다는 목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전주 탄소섬유공장에서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탄소섬유 투자 계획을 밝혔다. 조 회장은 당시 2028년까지 전북 전주에 약 1조원을 투자해 탄소섬유를 연간 2만4000t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효성은 2011년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자체 기술로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수소 연료탱크용 탄소섬유 개발과 공급에 나서고 있다.

전 세계 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고있는 코로나19는 효성에게도 경영환경 악화를 가져오고 있다. 계열사들이 고군분투하며 나름 선방하고 있다.

효성ITX는 1분기 영업이익 38억6900만원을 기록했다. 전분기보다 5억700만원, 전년 동기보다 5억6400만원 오른 수치다. 실적 발표 당시 시장에선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거래 증가로 컨텍트센터(Contact Center) 매출이 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섬유 사업을 하는 효성티엔씨는 1분기 영업이익 785억원을 기록해 전분기보다 6.1% 떨어졌지만, 전년 동기보다 43.5% 올랐다. 보건용 마스크에 쓰이는 부직포 제품 멜트블로운과 논우븐, 이어밴드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효성첨단소재도 1분기 영업이익 285억원을 기록해 전분기보다 92억원 늘었지만 전년 동기보다 264억원 떨어졌다.

같은 기간 효성중공업은 적자를 냈다. 560억원 규모다. 전분기에는 290억원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중공업이 766억원 적자를 냈고 건설에서 206억원 흑자를 냈다.

◆집유 아닌 실형 선고 불구속 재판

조 회장은 글로벌 경제상황 악화와 함께 이달에만 두 개의 재판이 걸려 있다는 오너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경영환경 악화를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김준혁 부장판사)은 9일 오후 조현준 회장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검찰은 조 회장이 그룹 자회사 효성투자개발을 이용해 사실상 개인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를 부당 지원하고 부당 이익을 자신에게 귀속시켰다고 본다.

재판은 또 있다.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는 22일 조 회장의 200억원대 횡령·배임 사건 항소심 공판을 연다. 조 회장은 2002~2011년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에서 근무하지 않은 측근에게 허위 급여 12억4300만원을 지급케 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는다.

2008∼2009년 개인 구매한 미술품 38점을 효성 아트펀드에서 실제 평가액보다 비싸게 사게 해 차익 12억원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도 있다.

변호인단의 적극적인 변론에도 조 회장 마음은 편치 못하다. 증인 신문 때마다 증인석을 향해 귀 기울일 수밖에 없다. 지난달 17일 재판에서는 전직 HIS 임원임모 씨가 증언하는 내내 증인석을 향해 고개를 기울였다. 변호인이 제시하는 증거가 화면에 뜰 때마다 고개 돌려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지금까지 증인들은 조 회장이 HIS에서 실제로 일했고 아트펀드 미술품 감정에도 개입한 적 없다고 증언했다. 회사의 비전을 세우고 일본 기업 의존도를 크게 줄인 데다 해외 사업 활로도 찾는 데 그의 역할이 컸다는 설명이다.

유리한 증언이 이어져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지난해 9월 1심은 조 회장에게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했다. 집행유예가 아니었다. 그가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는이유는 법원이 그에게 증거 인멸이나 도망의 염려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을 보면 횡령·배임 규모가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인 경우 기본 징역 4~7년이다. 상당 부분 피해가 회복되거나 진지한 반성 등 감경 요소가 반영되면 징역 1년 6개월~3년으로 감형될 수 있다.

국민연금 반대에도 3월 20일 사내이사로 재선임된 조 회장은 회사 안팎에서 자기 능력을 입증하려 한다. 경영인으로서 2분기 이후를, 피고인으로서 더 나은 방어를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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