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10일 한·일 양국 순방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간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7~9일 방한하고 국내 외교안보라인 인사들과 연이어 회동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지난달 16일 비핵화 협상 교착에 따른 불만으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만큼 이런 가운데 방한한 비건 부장관이 북한을 향해 어떤 메시지를 발신할지 관심이 쏠렸다.
비건 부장관은 예상과는 달리 북·미 대화를 재개하자는 원론적인 대북 메시지만 내놨다. 대신 한·미 동맹과 관련한 발언을 잇달아 쏟아냈다.
북한의 무력 도발 예고 등 위기 때마다 한반도를 찾은 비건 부장관이 북·미 관계보다도 한·미 관계에 더욱 집중한 셈이다.
결국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비건 부장관이 한반도 상황 관리 차원에서 한국을 찾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① 비건 부장관의 대북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당초 비건 부장관은 이번 방한 기간 대북(對北) 선물보따리를 풀 것으로 관측됐지만, 그는 선물보따리 대신 날 선 발언을 이어갔다.
비건은 방한 중이던 8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협의를 진행한 후 약식 기자회견을 열고 우선 이번 방한 목적이 북한과의 대화가 아닌 동맹 관계 재확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방문은 가까운 동맹국을 만나기 위한 것으로 (북·미 접촉설은) 조금 이상했다"며 "분명히 밝히는데, 우리는 (북한과) 만남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언급, 미국이 북한에 일방적으로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에 불쾌함을 드러냈다.
비건 부장관은 또 그간 카운터파트(대화상대방)으로 알려진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전 백악관 동료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언급, "(이들은) 무엇이 가능한지 창의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부정적인 것과 불가능한 것에만 집중한다. 낡은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부상과 볼턴 전 보좌관을 '반(反) 대화론자'로 규명하며 본인은 이들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다만 비건 부장관은 "김 위원장이 권한이 있는 카운터파트를 임명하면 북한은 우리가 그 순간 (대화할) 준비가 됐음을 확인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북·미 대화 교착의 책임을 북한을 향해 떠넘겼다.
② 북한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그간 묵묵부답하던 북한은 이날에서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김 제1부부장은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제1부부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내 개인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조미수뇌(북·미정상)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우리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거두어들일 그 어떤 성과도 없으며 기대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나는 조미 사이의 심격한 대립과 풀지 못할 의견 차이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미국의 결정적인 입장변화가 없는 한 올해 중 그리고 나아가 앞으로도 조미수뇌회담이 불필요하며 최소한 우리에게는 무익하다고 생각한다"며 비핵화 협상에서의 미 측의 입장 변화를 요구했다.
③ 한·미 동맹과 관련한 발언은 어땠나?
비건 부장관이 이번 방한 목적으로 밝힌 한·미 동맹과 관련해서 양국은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협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양국 공동 대응, G7 정상회담 초청 및 확대회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지난 8일 비건 부장관과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진행한 후 "지난해 비건 부장관이 언급한 한·미 동맹 재활성화에 저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비건 부장관과 저는 (한·미 동맹이) 6·25 전쟁 이후 지난 70년간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핵심축 역할을 하면서 끊임없이 진화·발전했다는 점을 평가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확장되고 있는 한·미 동맹의 미래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을 나눴다"고 전했다.
비건 부장관도 "한·미 동맹의 근간을 논했다"며 "우리(미국)는 굳건한 약속을 지속하고 있으며, 미국 군대와 정부는 전적으로 한국과 협력하고 있다. 오늘 조 차관과의 회담에서 그런 점을 재확인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건 부장관이 이번 순방 기간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고, 중국을 찾지 않은 데 대해 미·중 갈등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결국 이번 비전 부장관의 방한을 통해서도 중국과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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