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스캔들, 또는 각종 비리 등에 연루된 정치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 피에르 베레고부아 (前 프랑스 총리)
지난 1993년 권총 자살한 피에르 베레고부아 프랑스 전 총리는 노동자 출신으로 총리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작고한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기도 했던 그는 재임 중 100만 프랑(당시 환율로 약 1억5000만원)을 친구에게 무이자로 빌렸다는 이유로 비리정치인 취급을 받게 되자 수치심에 목숨을 끊었다. 어찌 보면 `스캔들'이라고 하기엔 약한 감이 없지 않지만, 구겨진 명예에 큰 상처를 입은 베레고부아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 빌린 돈에 대해 적법한 세금을 물었고, 전액 상환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색안경을 쓰고 보는 사회적 시선을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
노동절인 5월1일 총리 자살 사실이 보도되자 프랑스의 여론은 오히려 그를 동정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이전까지 마녀사냥처럼 펜을 휘갈기던 각 언론 매체들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에 대해서도 범국민적인 비판 여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2. 빈센트 포스터 (前 백악관 자문 위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하던 1993년, 대통령 부부와 관련된 `화이트워터 게이트' 스캔들이 터져나왔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70년대 말 당시 아칸소주(州)의 검찰총장을 역임하던 클린턴이 부인 힐러리와 함께 휴양지 개발 사업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여기에 투입시킬 대부자금을 끌어모았다가 돌연 개발이 무산됐다.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고위 공직자의 '불법 금융거래' 논란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 때, 화이트워터의 세금 환급 자료를 관리하던 '빈센트 포스터' 백악관 자문위원이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조사 당국은 힐러리에 관련된 자료를 은폐하려 했던 정황을 확인했다. 그의 죽음으로 촉발된 의혹은 결국 이듬해 특검으로 이어지면서 전미 지역을 들썩이게 하는 대대적인 스캔들 조사로 이어졌다.
3. 위르겐 묄레만 (前 독일 부총리)
2003년 6월, 스카이 다이빙을 즐기던 중 추락사.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낙하산이 정상적으로 펼쳐졌지만 이후 갑자기 묄레만의 몸에서 이탈됐으며, 보조 낙하산도 펼쳐지지 않아 결국 그대로 지상에 추락, 사망했다고 한다. 단순 사고로 보이지만 사실 묄레만은 당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줄곧 수사를 받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사망으로부터 불과 1시간 전 독일 하원에서 그의 면책특권 박탈이 가결됐으며, 검찰은 이미 자택 등에 대한 수색에 착수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묄레만이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4. 버드 드와이어 (前 미국 상원의원)
뇌물 수수 혐의로 징역 55년을 선고받은 그는 1987년 1월 22일, 돌연 기자회견을 자청하더니, 수 백여대의 카메라 앞에서 총기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죽기 전 "정치적 재판의 희생양이 된 이후로 나는 매일 강제로 수감된 기분을 느끼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해당 장면은 미국 전역에 고스란히 생중계됐다.
5. 장 제르맹 (前 프랑스 상원의원)
2015년 프랑스 투르시의 전 시장이자 프랑스 사회당 소속 상원의원인 장 제르맹이 뇌물 스캔들에 연루된 와중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난 부정한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그는 자신의 뇌물 사건에 대한 재판일 아침에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프랑스 중서부 도시 투르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추진했던 '중국인 결혼식 여행' 사업이 부정부패 의혹에 빠지자 투르 전 시장인 장 제르맹(67) 상원의원은 이 사업의 부정부패 사건에 대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자살했다.
6. 마쓰오카 도시카쓰 (前 일본 농림수산대신)
제1차 아베 신조 내각에서 농림수산대신이 된 그는 2007년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에 휘말리게 된다. 2007년 5월 28일, 중의원 의원 숙소에서 의식 불명 상태로 비서에게 발견되었으며 구급차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62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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