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타사를 방통위에 신고한 LG유플러스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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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아 기자
입력 2020-07-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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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가 그때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과연 SK텔레콤과 KT가 전쟁을 멈출 수 있었을까요?"

지난 8일 방송통신위원회는 LG유플러스를 포함해 SK텔레콤과 KT가 지난해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위반했다며 총 51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각 사별로 SK텔레콤 223억원, KT 154억원, LG유플러스 135억원이다. 단통법 시행 이후 역대 최대 과징금 규모다.

방통위가 단통법 위반으로 이동통신 3사를 조사하게 된 건 이번 과징금 부과 대상 중 한 곳인 LG유플러스의 신고가 발단이었다. 지난해 4월 5G 상용화 직후 이동통신 업계는 5G 가입자를 두고 뺏고 빼앗기는 시장 점유율 확보 경쟁에 나섰다. LG유플러스는 물론, SK텔레콤과 KT 모두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단말기를 '공짜폰'으로 둔갑시키며 가입자를 유치했다. 아예 웃돈까지 얹어주면서 “제발 우리 고객이 되어달라”고 하는 판국이었다.

끝도 없이 이어지던 치킨 게임의 판이 깨진 건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가 지난해 7월 방통위에 SK텔레콤과 KT를 불법보조금을 살포했다고 신고하면서였다.

일각에선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가 가입자 유치 경쟁에서 불리해진 판을 뒤집기 위해 3사 모두 과징금 '폭탄'을 맞는 강수를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오히려 우리가 방통위에 신고한 덕분에 3사의 경쟁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항변한다.

사실 세 경쟁자가 동시에 앞만 보며 달리는 상황에선 누구 하나 먼저 멈추기란 쉽지 않다. 가진 게 많은 1등과 2등의 경쟁에선 더욱 그렇다. 그래서 시장과열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방통위와 같은 심판의 개입 뿐이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심판의 중재를 먼저 요청할 수 있었던 것도 LG유플러스가 3위 사업자여서 가능했다. 그때 방통위가 단속하지 않았더라면 5G 인프라 투자가 불가능할 정도로 통신시장이 다 망가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시 LG유플러스가 방통위에 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면, 경쟁상황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마케팅 비용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 전쟁을 치뤘을 것이다. 누군가가 먼저 경쟁에서 떨어져 나갔을 때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3사가 더 이상의 과당경쟁은 그만하자는 신사협정이 체결됐을 수도 있지만 준수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과징금 처분이 현재 이동통신 업계에 줄 수 있는 한 가지 교훈은 있다. 사업자들이 이동통신 서비스의 본질이 아닌, 불법보조금을 무기로 과도한 시장경쟁을 벌인다면, 이통3사 모두 수백억원대 과징금을 물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통신시장의 파국을 막기 위해 LG유플러스가 또다시 나설수도 있다.
 

[IT과학부 차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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