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민란'이다.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밀레니얼 세대도, 산업화 세대도 저당 잡혔다. 가진 자도, 가지지 못한 자도 마찬가지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투전판으로 변질된 이곳에 베팅한다. 옆집에 사는 이름 모를 이가, 몇 년 만에 연락이 닿은 동창생이 이것을 사고팔아 '수억원을 벌었다는 성공 신화'는 오늘도 인간의 욕망을 부채질한다. '사는 곳'보다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친절히 일깨워준 우리 시대의 부동산 얘기다.
모든 것이 역행했다. 진보 정권이 부동산 불패 신화를 되레 키웠다. 정권 출범 이후 22번 찍어누를 때마다 아파트값은 튀어 올랐다. 이제야 깨닫는다. "부동산에 지지 않겠다"고 자신한 정부는 '불신 대상'이다. 학창 시절부터 익히 들었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 시장은 '맹신 대상'이다.
집을 판다던 청와대 참모들과 국회의원들이 몸소 실천한 '똘똘한 한 채'의 재테크 기술. 고위직의 역주행에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 같은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부동산 시장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기회는 불평등, 과정은 불공정, 결과는 역차별'만 존재한다. 정부가 그렇게 만들었다. 은행 월세에 사는 하우스푸어도 옛말이다. '햇볕은 쨍쨍' 동요에 빗대 표현하면, '대출은 반짝 호가는 쨍쨍'이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국민들
"서울 아파트에 사세요?"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양극화'를 가늠할 핵심 질문의 키워드는 '서울과 아파트'다. 굳이 하나 더 추가하자면 '수도권 신도시' 정도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국지적으로만 부동산 대란이 일어났다. 집값이 폭등했던 참여정부도 소위 '버블 세븐(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용인·평촌)'만 들썩였다.
그때만 해도 부동산으로 계급을 구분 짓는 범주는 '강남·북'과 '교육열', '신도시(분당·평촌)'에 한정됐다. 서민들의 박탈감은 깊었지만,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등은 어차피 오르지 못할 나무로 치부됐다. 강남 부동산 욕망에 대한 경멸을 쏟아내면서도 정부 정책이 내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제약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버블 세븐' 용어가 생겨난 지 14년. 문재인 정부는 인구 약 2000만명이 거주하는 서울·경기 전역에 '규제 대못'을 박았다. 전체 인구의 40%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등에 발이 묶였다. 그사이 서울 강북을 비롯해 경기권 신도시의 아파트값 곳곳이 10억원을 돌파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 중윗값은 52% 상승했다. 이는 이명박(MB)·박근혜 정부 상승률(26%)의 두 배 수준이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들어 전국적으로 땅값이 2000조원이 올랐다고 주장했다. 최근 부동산 뉴스에서 가장 많이 보는 댓글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있어라"다. 정책 실패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는 얘기다.
◆패닉 바잉과 아마추어리즘 정부
그러자 부동산의 신흥 매수자로 떠오른 30대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을 외치며 부동산 불패 신화에 뛰어들었다. 이번에 못 타면 영영 막차를 탈 수 없다는 이른바 '패닉 바잉(Panic Buying·공포에 기인한 사재기)'이 깔린 소비 심리다.
'패닉 바잉'도 정부 정책 실패의 결과다. 문제는 정부 정책의 대전환이 없는 한 '패닉 바잉'이 불길같이 전염된다는 점이다. 솔직해지자.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제1∼3종 오류를 총체적으로 범한 '아마추어리즘의 끝판왕'이다.
규제 일변도 정책은 실제 효과가 없는데도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는 '제1종 오류'에 해당한다. 재건축 규제 완화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효과가 있는 정책 대안을 효과가 없다고 잘못 판단하는 '제2종 오류'다. 아파트를 사는 이들을 죄악시하는 것은 문제 인식부터 잘못된 '제3종 오류'다.
초유의 부동산 대란이 일어난 사이, 정책을 입안·설계한 고위 공직자들은 일제히 집값 폭등의 수혜를 입지 않았나. 청와대의 부동산 메시지가 정책 불신을 부른 셈이다.
기본으로 돌아가라. 경제학의 불변인 수요·공급 법칙을 따르라. 부동산 백지신탁이나 일정한 비율의 무주택자가 공직에 들어가는 쿼터제도 검토하라. 현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면, '부동산 불패 신화'는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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