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부자들] 최소 200만원 갭투자로 3년 만에 '파이어족' 꿈 이룬 30대 박대리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재환 기자
입력 2020-07-13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마통 6000만원 뚫어 지방에서 3~10배씩 차익

  • 전세가율 높고 집값 하락요인 낮은 지역 선별

  • 자본금 불리며 50여채 아파트·상가·토지 매입

<편집자주> 우리는 한 해에 부동산 자산이 수억원씩 불어나는 시대에 살아왔습니다. 혹자는 이 기회의 땅에서 큰돈을 벌었고, 누군가는 적은 이윤에 만족하거나 손해를 보면서 부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30대 이상 성인남녀가 두 명 이상 모인 곳에서는 어김없이 "누가 어디에 뭘 샀는데 몇억원을 벌었대"와 같은 주제가 으레 오갑니다. 삽시간에 궁금증의 초점은 그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에 맞춰지죠.

이에 본지는 소위 '아파트부자'로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와 재테크 노하우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성공담과 실패 경험뿐 아니라 기회와 위기를 마주했을 때의 심정과 전략, 그 결과까지 전하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30부작으로 연재합니다. 이 기록으로써 우리 모두 나름의 교훈을 얻어가길 바랍니다.

 

[그래픽 = 김효곤 기자]


아파트부자들 스물네 번째 주인공은 '빅데이터로 부동산 투자를 했다는 박 대리, 그래서 얼마 벌었대'의 저자 박상용씨(37)다.

일명 '플대표'로 불리는 그는 조기 은퇴를 꿈꾸며 6000만원짜리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고 부동산 재테크에 뛰어든 지 3년 만에 퇴사한 '파이어족'이다.

주 종목은 갭투자다. 무자본으로 시작한 만큼 각종 데이터를 검토해 집값이 하락할 여지가 적은 지방 중에서도 전세가율이 80~90%대인 곳을 선별해 공략했다.

현재까지 50여채의 아파트와 상가, 토지 등을 매수해 거래하면서 매년 최소 20%에서 많게는 1000% 이상의 수익률을 내 이른 경제적 자립을 이뤄냈다.

투자처는 '이런 곳도 돈이 된다고?' 싶을 정도로 주목받지 않은 전북 익산과 전남 순천·광주·광양 등지다. 다만, 사연자 요청에 따라 노하우 외에 단지별 차익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나름 대기업에서 연봉 7000만원 이상 받으며 살았는데, 40~50대에 등 떠밀려 퇴사하는 선배들 모습을 보니 막막하더라고요. 나중에 아내와 아이들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처음에는 주식으로 재테크를 시작했어요. 근데 주식은 떨어지는 리스크가 너무 컸고, 자본이 없는 저로서는 부동산만큼 레버리지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없었죠."

"그리고 부동산은 각종 데이터가 인터넷에 공개돼 있어서 손품을 팔면 집값의 등락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패 위험이 낮다고 봤습니다."

"결혼하고 전셋집을 구하고 나니 남은 돈이 정말 0원이더군요. 다행히 직장 덕분에 마이너스통장을 크게 받을 수 있었고,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려고 잠 줄여가며 매일 공부했어요."

우선 그는 과거 지역별 집값 등락 추이와 여러 변수 간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최우선 과제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 지역을 찾는 방법'이었다.

처음에는 전통적인 등락 요인을 점검했다. 입지나 학군, 호재, 공급량, 전셋값, 인구 추이 등에 따른 부동산 가격의 흐름을 점검하고 자신만의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이른바 '젠가 투자법'인데, 전세가율이 80% 이하거나 하락장을 유도하는 입주물량이 많고 평당 매매가격이 2년간 13% 이상 오른 지역 등을 제거하면서 매물을 선별하는 식이다.

데이터로 지역과 매물을 고른 후에는 직접 찾아가서 수요가 몰릴 만한 곳인지, 아파트 내부에 추가 비용이 들 만한 하자가 없는지 등을 면밀하게 따져봤다고 한다.
 

서울 주택가 전경. [사진=김재환 기자]


"입주물량이 많으면 내가 매수한 매물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수요가 분산될 여지가 많다는 거고 하자는 비용도 문제지만, 임차인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기에 걸러야 해요."

"경험을 통해 배운 건 임차인과 정말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거예요. 아니면 나중에 집을 보여주지 않거나 집을 깨끗하게 쓰지 않는 등 매각할 때 차질이 생기거든요."

이런 방식으로 처음 찾은 곳은 전남 순천이다. 지난 2015년부터 약 2000만원으로 다수 아파트를 매수한 뒤 모두 처분해 세금 및 부대비용을 제외한 2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한 채당 전세를 끼고 최소 200만원 정도에 갭투자로 들어가서 2000만원에서 6000만원 정도의 차익을 보고 팔았어요. 일반세율이 적용되는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바로 처분한 거죠."

실제로 국토부 실거래가시스템을 보면 '순천 중흥S클래스' 전용면적 84㎡의 경우 한때 전세가율이 95%를 넘어 아주 적은 돈으로도 투자할 수 있었다. 

지난 2016년 6월 매매가격이 2억4000만원~2억5000만원일 때 전셋값이 2억3000만원~2억4000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매매가는 2년 뒤 3억원대로 뛰었다. 

"순천은 집값이 하락할 거라는 인식이 있는 곳이어서 전세 사는 사람이 많다 보니 매매가랑 전셋값 차이가 거의 없었던 수준이었어요."

"반면 매수우위지수나 거래량 등이 증가하고 있어서 집값 상승 요인이 있는 곳이었죠. 교육·상권이 좋아서 기반산업이 무너진 여수나 광양에서 유입되는 수요도 있었고요."

예상대로 순천 집값이 오르면서 차익을 얻은 그는 2016년에 전북 익산으로 갔다. 인구감소 문제가 심각한 상태여서 투자자들이 주목하지 않던 지역이었다.

"익산은 축소도시로 유명한 곳이다 보니 신규 분양이 한동안 없었고 인구 30만명이 있는 도시에 신축이 귀해진 거예요. 누군가는 결혼하고 분가할 텐데, 수요가 있겠다 싶었어요."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로 1000만원 이하로 전세 낀 매물을 사 3~4배 정도 이윤을 남긴 시점에서 매각했다. 이런 식으로 자본이 많아지자 전남 광주와 광양 서울 등지로 투자처를 넓혔다.

"광주에서는 매물당 투자금이 3000만원 정도로 늘었고, 차익도 2억원 이상으로 증가했죠. 자본이 커지면서 그동안 들어가지 못했던 곳에서 많은 차익을 남기게 된 거예요."

"직장과 재테크를 병행하다가 2018년에는 직장을 관뒀어요. 파이어족이 되겠다는 꿈을 상당히 금방 이룬 셈이죠. 돈을 벌겠다고 거의 폐인처럼 생활하다가 이제는 안정을 찾았습니다."

현재 그는 자신만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자신이 증명한 데이터 투자 알고리즘을 핸드폰이나 PC로 한눈에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사업에도 나섰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가면서 제대로 된 경제 관념을 배울 기회가 부족하다는 생각에서다.

"월급만으로 살기에는 너무 복잡한 세상인데 다 큰 어른도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노동으로 인한 소득만 정의롭고 부자는 옳지 않다는 프레임에 갇혀 있기도 하고요."

"15억원 정도 자금으로 연 4%만 수익을 거둬도 매년 6000만원이 들어와요. 사치를 부리고 살지 않는 이상 사는 데는 문제가 없죠. 이제 제가 하고 싶었던 일들에 집중해야죠."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