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학습의 시작, 에이모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1년 전 이맘때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인공지능(AI)을 세 번이나 강조했다. 20년 전 초고속 인터넷 투자가 대한민국을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만들었듯, AI 기술력이 미래 국가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조언이었다. AI 기술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결국 핵심은 데이터다. 양질의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어야 AI모델을 교육하고, 보다 정교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승택 에이모 대표는 이 지점을 주목했다. 얼마나 빠른 시간에 효과적으로, 질 좋은 데이터를 만들 수 있느냐가 AI 경쟁력 향상의 시작점이라고 판단했다. AI 모델 특성을 고려해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순도 높은 학습 데이터를 제공하는 머신러닝 학습 데이터 가공 플랫폼 ‘AIMMO’가 탄생한 배경이다.
최근에는 라이더 센서를 활용한 자율주행기술 개발 기업과 협업하면서 자동차가 학습할 데이터를 생산 중이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의 눈처럼 신호등을 보고, 도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학습을 위한 데이터 가공 기술력을 에이모가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사람은 사물을 볼 때 1초당 30프레임을 분류해 머리에 입력하고, 감정과 생각, 행동으로 이어진다. 기계 역시 하루 전체를 프레임으로 정리해 입력하고, 명령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이것이 알고리즘 모델이다. 자율주행차는 사고를 내지 않고, 스스로 운전하는 최종 목표를 지닌다. 이를 위해 수십만 가지의 조건 값을 입력해 규칙을 만들고, 이 규칙에 준하는 상황을 데이터로서 받아들이는 형태다. 예컨대, 고정돼 있는 보도블록이나 신호가 어떤 데이터값을 지니고 있는지, 이동하는 차량이나 사람 또는 비닐봉지는 어떤 데이터를 학습하는지 등 실제 라이더 센서로 본 주변 상황을 학습내용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데이터가 2억 건이라고 가정하면, 사람들이 모든 데이터를 알고리즘에 직접 입력해 학습시켜야 한다. AI 데이터 가공 플랫폼 업체의 경쟁력은 이 전체적인 과정을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만들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에이모는 관련 작업을 조금 더 쉽게 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기업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에게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AI 기술력은 중국‧미국은 물론 독일‧일본에도 미치지 못한다. AI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정부의 다양한 정책이 나오면서 과거보다는 상황이 좋아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술력은 뒤처졌지만, 기회는 남아 있다. 온 세상을 바꿀 ‘스트롱(Strong) AI’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예측하는 전문가도 있지만, 현실은 이제 막 데이터를 기계에 입력해 학습을 시키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포드가 2021년에 핸들과 페달 없는 자율주행차를 양산하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 말이 쏙 들어갔다. 사고가 나면 업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확실한 기술 진화와 다양한 섹터의 조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어렵다”며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AI 서비스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1‧2‧3차 산업혁명과 달리 그 기간이 길 것이라고 본다. 30~40년만 있으면 AI 시대가 온다고 하지만, 이제 막 기계가 학습해서 능력을 배출하는 시대가 시작한 단계다. 에이모는 시장이 가장 크고, 빠르게 오고 있는 자율주행부터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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