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강원 화천군청에 도착한 미국 교민이 보낸 편지[사진=화천군 제공]
6.25 전쟁 발발 70주년인 2020년 7월 11일, 강원 화천군청 교육복지과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국제우편 소인이 찍힌 편지 속에는 빼곡히 볼펜으로 눌러쓴 2장의 손편지와 1,000달러 수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뉴저지 현지 교민인 할머니 A씨였다. 편지 겉봉에는 발신자의 성과 이름이 표기돼 있었지만, 할머니는 한사코 익명을 요청했다.
A씨가 우리 돈으로 약 120만 원이 넘는 큰돈을 보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할머니는 얼마 전 우연히 화천군의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장학사업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후 6.25 전쟁에 참전했던 황실근위대 칵뉴부대원과 그 가족들이 모여 사는 아디스아바바 인근 코리안 빌리지의 빈곤한 생활 환경도 접하게 됐다고 편지에 기록했다.
그리고 할머니는 한때 한국에서 어렵게 살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했다.
고령의 할머니가 쓴 편지는 가독성과 일관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대한민국을 위해 피 흘려 준 참전용사와 그 후손들을 어떻게든 돕고 싶다는 마음이 묻어 있었다.
또 할머니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을 돕고 있는 화천군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재차 자신이 누군지 알리지 말아 달라는 말과 함께 편지를 맺었다.
화천군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1,000달러를 에티오피아 현지 장학사업 기금으로 소중하게 사용할 계획이다.
화천군은 2009년부터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참전용사 후손 308명을 장학생으로 선발해 뒷바라지하고 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참전용사 후손들이 에티오피아 발전을 이끌어나가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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