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의 창장(長江·양쯔강) 유역에 약 60년 만에 최악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인명·재산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달 말까지 폭우가 이어지면 44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1998년 대홍수 때 이상의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13일 중국 수리부와 중앙기상대, 국가기후센터 등에 따르면 6월 2일부터 전날까지 40일 연속으로 창장 유역에 호우경보가 발령됐다. 호우경보가 도입된 2007년 이후 최장 기간이다.
6월 1일~7월 9일 창장 유역의 평균 강수량은 369.9mm로 1998년 대홍수 때보다 54.8mm 더 많았다. 1961년 이후 59년 만의 최대치다.
같은 기간 장시·후베이·후난·안후이·장쑤·구이저우·저장성 등 85개 지역에는 연 강수량의 절반이 넘는 비가 쏟아졌다.
중국 최대 담수호인 장시성 포양(鄱陽)호 수위는 역대 최고인 22.6m로 경계 수위보다 3m 이상 높아진 상태다. 대량의 빗물이 유입돼 호수 면적은 10년 만에 가장 넓은 4206㎢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창장 유역과 포양호 인근 지역의 홍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전날까지 3789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141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현재까지 파악된 경제적 손실만 822억3000만 위안(약 14조1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앞으로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폭우를 동반한 장마 전선이 창장 상류 지역까지 확대되면 1954년이나 1998년 대홍수를 연상할 만한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54년에는 6월 중순부터 8월 하순까지 두 달 넘게 이어진 폭우로 3만1762명이 숨지고 22만채 이상의 주택이 파손됐다. 중국의 대동맥 역할을 하던 징광(京廣·베이징~광저우) 철도 운행이 100일간 중단되기도 했다.
6월 12일부터 8월 말까지 폭우가 쏟아진 1998년에는 4150명이 사망하고 2551억 위안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현 가치로 44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6월 중 창장 중·하류에서 시작된 장맛비가 계속되는 가운데 쓰촨성과 충칭 등 창장 상류까지 장마 전선이 확대되면서 전 유역에 걸쳐 범람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저우젠쥔(周建軍) 칭화대 하천생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지금 가장 걱정되는 건 창장 상류에 갑자기 폭우가 내리는 것"이라며 "중류의 싼샤(三峽)댐이 수위 조절에 실패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싼샤댐은 지난 11일부터 초당 방류량을 2만5000㎥에서 2만2000㎥로 줄였다. 하류 지역의 범람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다. 다만 상류에도 많은 비가 온다면 방류량을 통한 수위 조절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청샤오타오(程曉陶) 국가재해감소위원회 위원은 "창장 중·하류의 홍수는 보통 6월에, 상류는 7~8월에 시작된다"며 "중·하류의 집중 호우가 상류로 이어지면 홍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98년에도 중하류의 홍수가 7월까지 길어지는 와중에 상류의 장마 전선과 조우하면서 전 유역에 걸친 대홍수가 발생했다"며 "이달 말까지 남은 보름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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