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반전, 시장에 답 있다] "인센티브 독약 대신 시장 본연의 '롤' 귀 기울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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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기자
입력 2020-07-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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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기업ㆍ반시장 성격 정책 폐기와 더불어 수요ㆍ공급의 기본 원리 충실 강조

  •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 궤도 올라타 수출 기업의 국산화 힘 쏟아야 할 때

  • 노사 관계 재정립과 근로시간 변화 통한 기업 경쟁력 확보 절실

한국경제가 중심을 잃고 있는 데는 비단 코로나19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라는 진단이 이어진다. 단지, 코로나19가 증상 악화 속도를 빠르게 했을 뿐이라는 얘기에 경제 전문가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시장 흐름을 역행한다는 지적을 문재인 정부만의 탓으로 돌리기엔 다소 억지스럽다는 얘기도 나온다. 역대 정부를 보더라도 경제를 살리고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 국면을 정부가 쉽사리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선뜻 답을 내지 못한다. '큰 정부 작은 시장' 이라는 기조 속에서 수요와 공급이라는 기본적인 시장의 원리는 뒷전으로 밀려 났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서다. 경제 전문가들은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시장 본연의 롤(role·역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재정주의에서 비롯된 인센티브 정책 역시 부작용을 따져 보지 않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조언에도 힘이 실린다.

 

왼쪽부터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사진=아주경제 자료실]


"시장 정서 이해하는 시그널이 필요하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한마디로 요약했다. 반기업·반시장 성격이 있는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시그널만 있으면 시장이 원래 모습을 찾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이부형 이사는 "현 경제상황 속에서 경제정책을 보면, 큰 반전을 이끌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며 "소비를 아무리 많이 해도 경기가 전반적으로 살아나는 경제 구조가 아닐뿐더러 수출 실적이 좋지 않을 경우엔 아무리 정부가 재정을 투입한다고 해도 효과를 찾지 못하는 등 한계만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당장 단기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려운 상태인 만큼 뒤집어야 한다는 발상을 해야 할 때"라며 "미증유의 위기라고 정부가 표현하듯, 그에 걸맞은 정책 수단이 나와야 할 때인데 속을 뜯어보면 그렇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승수효과가 큰 대표적인 산업을 키우는 게 이제라도 필요하다"며 "특히, 건설 부동산 시장을 적폐로 규정하고 일단 선회해서 정책을 내놓겠다는 생각 자체가 경기 부양에 맞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또 "막대한 재정을 우선 투입하는 등 인센티브 정책의 마이너스 효과도 따져봐야 한다"며 "시장에 인센티브를 주면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수요와 공급 원칙을 왜곡시킬 수 있는 만큼 최후의 보루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 경제 원리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데서 찾을 수 있다"며 "인위적으로 제어하려는 시도보다는 합리적으로 변화를 이끌어갈 방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대표적으로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인데, 경제정책의 많은 부분이 시장의 움직임과 괴리된 상태에서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정책을 시행하면 경제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며 "공급이 안 되는 상태에서 공급 관련 정책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수요관리 정책만으로는 정책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주52시간 근로제 등 근로시간 단축을 비롯해 시장 상황과 괴리된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 원리와는 다소 동떨어진 면이 있다"며 "의도는 좋지만, 결과는 의도치 않게 부작용으로 번질 수 있다는 데서 경제사회 이해관계자들이 고민을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 교수는 또 "의도만 갖고 경제정책을 설계해 시행하기보다는 경제현실에 맞는 묘안을 찾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며 "경제정책의 상당 부분은 기술적인 측면이 있어 전문가들 얘기를 듣고 장단점을 듣고 결정해야 하며 경제와 관련된 정책이 정치적으로 해결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시장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부분을 지적했다. 조 실장은 "정부가 개입하는 게 큰 문제"라며 "친노조, 반기업, 규제, 법인세 등 상황을 보면, 세계적인 기류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부분이 현재 한국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중반기를 지난 후반기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정책 수정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포용성장 등 정책 기조가 이어졌으나, 시장 상황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는 데 조 실장도 동의했다. 조 실장은 "세계적 기업들이 이제는 4차 산업 기술을 접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기존 산업 체제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면서 "더구나 현재 규제도 상당히 많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변화에 적응하기가 힘든 상황이며 이런 조건에서는 전반적으로 성장을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지금 정책 수정을 해야만 문제를 일부라도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정책 변화는 법 개정과 함께 전개될 수밖에 없다. 다만, 거대 여당의 독단적인 선택보다는 현실을 반영한 균형감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현 정부의 목적이 단순한 성장보다는 삶의 질 측면 등 역대 정부와는 결이 다른 측면에 초점을 둔 점을 이해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사실 현재 정책을 보면, 여전히 평가가 이른 측면이 있다. 다만, 성장의 여부, 분배의 악화 여부 등을 놓고 갑론을박이 치열한데, 결론부터 말한다면 국민의 생각에 맞춰 정책의 방향이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법 개정과 관련, 정 실장은 "국회에서 토론이 아직 많지는 않지만, 국회가 한 방향으로 가기보다는 여야의 견해 차 속에서 절충점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며 "지금은 위기를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 보니 정책을 마련하는 데도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사진=아주경제 자료실]



"글로벌 밸류체인(GVC) 재편 궤도에 올라타자"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산업 체질 변화가 당장 절실한 현실이다. 직면한 일자리 부족 문제 역시 기업 환경 변화를 통해 해결해보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기도 하다.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 공장의 국내 복귀)' 정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각국이 자국주의 경제 체질 변화에 앞장서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국제적인 기류에 편승하는 모습이다. 다만, 리쇼어링 대책 등은 재편하고 있는 글로벌 밸류 체인(GCV)에 대응하기 위한 방향으로 추진될 때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국내에서 못 버티고 나간 기업들을 다시 불러들여도 또 못 버틸 가능성이 높다"며 "완제품 공장은 해외 시장을 보고 현지에 진출한 경우가 많아 국내로 불러들이기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때문에 리쇼어링은 GVC 재편 과정에서 국내 첨단 제조업을 끌고 나갈 수 있는 소재·부품 기업을 불러들이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 해외로 나간 노동집약적 산업을 국내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스마트 팩토리가 돼야 한다"며 "대표적인 예가 아디다스인데, 완전 자동화 공장을 지어 독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다만 이 경우 일자리 창출은 극히 제한적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나간 기업들은 현지의 노동력 가격이 올라가도 국내로 돌아오기를 꺼릴뿐더러 돌아오더라도 임금은 더 높고 규제와 노조가 있다는 게 문제"라며 "세제혜택만으로는 한국으로 돌아오기가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노사 관계 재정립하고 근로시간 손봐야"

한국이 유턴기업들과 해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기 위해서는 노사관계를 재정립하고 주 52시간제를 손보는 게 시급하다는 제언도 쏟아졌다.

박지순 교수는 "한국의 인재와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경우, 노사관계 개선이 시급한 문제로 지적받는다"며 "이번 노사정 합의 파기에서도 지적된 것처럼 상호 신뢰가 동반되지 않는 노사관계는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는 걸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규제 완화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영역이고, 어느 나라나 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정부 영향이 제한적인 노사관계에서 어떤 식으로 인센티브를 주느냐가 앞으로의 경쟁 포인트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상봉 교수는 주 52시간 근무 제도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주간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제도는 나라마다 있지만 이를 초과했을 때 불법으로 규정한 나라는 몇 군데 없다"며 "시간을 초과할 경우 임금에 할증을 붙이는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을 시키는 사람은 생산으로 얻는 효용과 할증이 붙은 임금 지출을 비교해 추가근무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일하는 사람 또한 추가 근로로 수당을 받을지, 근로시간을 준수해 다른 일을 할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교수는 "일본의 수출규제, 마스크 대란 등 특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 연장 근로를 허락해주고 있는데 차라리 업종별로 주간 근로시간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등 전반적인 제도 손질이 필요한 상황인데 그런 움직임은 없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근본적인 체제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현재 상황은 미국과의 격차를 줄이던 유럽이 90년대 들어 다시 격차가 벌어졌던 상황과 유사하다"며 "선진국을 모방하고, 물적 투자에 기초해 '내셔널 챔피언'을 키우는 방식에서 혁신형 성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이어 "정부 정책은 '혁신'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여전히 선진국을 따라가던 '캐치업 시대'에 머물러 있다"며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전자들이 진입하고, 위협을 느낀 사업자들이 혁신을 하는 등 진입과 퇴출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하는데 기존 기득권 사업자들에게 의견을 물으니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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