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고개를 떨군 고(故)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 씨(왼쪽). [사진=연합뉴스 제공]
체육계에 악폐습이 암세포처럼 퍼졌다. 폭행과 폭언, 갈취는 기본이다. 성희롱과 성폭력도 자행한다. 고(故) 최숙현 선수의 죽음으로 일부 악폐습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감독·선배·팀닥터는 '티키타카'로 괴롭히면서 너도나도 '돈'을 바랐다. 고 최 선수와 가족들은 2월 6일부터 수사 기관과 스포츠 단체들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아무런 해답도 얻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는 상당했다.
결국 지난달 26일 아름답던 꽃은 활짝 피지 못한 채 떨어졌다. 떨어진 꽃은 다행히 강을 타고 흘렀다. 낙화유수(落花流水). 사람들은 강변에서 그 모습을 보고 분개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감독 출신인 미래통합당의 이용(비례) 의원이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누구도 고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들의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2일에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을 올린 고 최 선수의 지인은 "경주시청(팀)에서 폭언·폭행·협박·갑질에 이어 성희롱까지 겪었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섰다. 특별조사단을 구성했다. 단장은 최윤희 제2차관. 그는 "애도의 뜻을 표한다. 체육 정책 주무 부처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고(故) 최숙현 선수 가해행위 처벌 촉구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제공]
스포츠공정위가 6일 '부랴부랴' 열렸다. 가해자로 지목된 3명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모든 대답은 "없다"와 "아니다"로 통일됐다. 질의 결과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 중 두 명이 영구 제명됐다. 고 최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씨는 제명 소식을 듣고 한마디를 내뱉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는데 왜 그전에는 움직이지 않았을까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 자료에 의하면 2월 6일 최영희씨가 경주시청에 가혹행위 내용을 신고했다. 3월에는 고 최 선수와 가족들이 대구지방경찰청과 검찰청, 4월에는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6월 대한철인3종협회 등에 피해를 호소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제대로 된 답변을 주지 못했다. 지난달 25일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조사관과의 통화가 마지막이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것.
이러한 상황에 대해 안전생활실천연합(안실련)은 7일 '정부의 시스템이 잘못됐다'고 질타했다. 안실련은 성명서를 내고 "신속하게 조사를 하지 않은 대한체육회와 소속 클린스포츠센터, 2월 진정서 접수 후 미숙하게 처리한 경주시체육회 관계자들을 일벌백계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2월 6일부터 6월 25일까지 넉 달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가 7월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 만에 끝났다. 결국 고 최 선수를 죽음으로 내몬 건 '뻔뻔'한 가해자들과 '쉬쉬'한 관계자들이었다.
이용 의원은 "고 최숙현 법(숙현이법)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최윤희 제2차관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철저히 조사하겠다. 사법 당국과 협조해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 운동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최영희씨는 "외롭고 억울한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 '숙현이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면서도 "딸의 문제가 정치적으로는 이용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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