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정만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장 "빚에 허덕이는 채무자, 대출아닌 복지 지원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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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관 기자
입력 2020-07-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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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성 부채는 사회와 가정 모두 병들게 해

  • 채권추심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제재 필요

  • 중위소득 125% 이하 개인회생 지원책…올가을 시행

박정만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센터장이 14일 본지 인터뷰에서 센터 활동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한쪽 눈 실명과 소아마비 장애가 있는 A씨(남·53)는 15년간 노숙생활을 하다가 생활비와 통신비 등으로 총 4500만원의 채무를 지게 됐다. A씨는 2015년 9월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성동센터에서 상담을 통해 파산면책을 완료했고, 상담을 통해 기초생활수급 생활지원과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하게 됐다. A씨는 50세가 넘은 나이에 초등학교 검정고시 합격 후 중학교에 입학해 학생회장 등을 맡으며 삶의 활력을 얻었고, 현재는 고등학교 과정을 거쳐 한양대 사회복지학과에 재학 중이다.

#. 보육원에서 자라 18세 이후 홀로 고시원에서 생활한 B씨(남·24)는 생활비와 통신비, 사기로 인해 약 1000만원의 대부업 채무를 지게 됐다. 센터에 방문했을 때는 연탄 자살시도 후유증인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병원치료를 받고 있어 근로활동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센터는 대부업체의 불법추심으로 심적 고통을 호소하는 B씨를 위해 채무자대리인제도를 지원해 채무독촉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왔다. 또한 개인파산신청 서류를 준비해 파산면책을 받게 했으며, 청년희망통장과 임대주택 신청 방법을 안내했다.

"악성 부채는 마치 암과도 같아서 사회와 가정 곳곳을 병들게 한다. 상환능력을 염두에 둔 가계부채 감소정책은 바람직하고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박정만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장은 14일 본지 인터뷰를 통해 "빚을 목숨으로 갚을 필요는 없다. 상담하면 찾아볼 길이 있다.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센터장은 "가계부채 규모가 1600조원 이상으로 늘어나는 동안 상황능력의 고려 없이, 묻고 따지지 않는 약탈적 대출은 민생을 침몰시키고 서민의 가슴에 멍을 들게 했다"며 "탐욕에 기반한 약탈적 대출과 서민금융 본연의 기능은 분명하게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금융의 경우 신용은 낮지만 최소한의 상환능력이 있는 시민에게 변제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게 박 센터장의 주장이다. 특히 의료비나 월세, 생활비 등은 대출의 영역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제공해야 하는 복지의 영역이라고 했다.

그는 "상환능력에 상응하는 대출이 이뤄지도록 가계부채 감소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되 이용의 문턱을 낮춘 서민금융제도가 올바르게 설계돼야 한다"며 "갚을 수 없는 한계채무자,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재난의 위기 상황에는 한계채무자에게 대출이 아닌 복지에 기반한 지원책이 유연하고도 광범위하게 실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채권추심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는 2018년부터 채권추심법 3개 개정안을 공식화했다. 거래이용내역에 불과한 채무확인서 발급비용 폐지, 채무자대리인제도 대상범위 확대, 불법추심 행위유형 구체화 및 형량 강화 등이다.

그는 "실무현장에서 불법 사금융 피해를 당하거나 심지어 욕설과 협박이 동원된 불법 추심을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형사사법권이 작동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라며 "이는 법 위반으로 얻는 이익이 처벌로 인한 불이익보다 크기 때문인데, 부디 경제적 약자의 생명까지도 포기하게 하는 불법 사금융과 불법 추심에 대해 새로운 국회가 강력하게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는 2015년부터 매년 서울회생법원 연간 파산접수사건 약 1만건 중 1000건 이상을 처리해오고 있다. 서울에서 개인파산을 하는 10명 중 1명은 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사건인 셈이다.

개인회생지원은 연간 40~50건 정도로 파산접수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이는 한계채무자 규정에 엄격한 사회 분위기 탓도 작용한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중소상인과 자영업자 또는 영세기업의 근로소득자들이 급속하게 몰락하는 어려움에 노출될 위험이 커 이에 대한 정책 지원이 긴요하다.

박 센터장은 "우리 센터는 금융권과 손을 잡고 중위소득 125% 이하의 서울시민에게 개인회생신청 법률지원을 하기 위한 '다시시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가을에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유명한 허쉬초콜릿, 월트디즈니, 자동차왕 헨리포드도 미국에서 파산을 겪었다. 수많은 실패가 성공의 열쇠인데도 우리 사회는 실패를 낙인찍고 거기에 도덕적 잣대까지 보태어 비난을 일삼는다"며 "자본주의는 실패의 양분을 먹고 꽃을 피운다. 경제적 실패자, 한계채무자를 국가가 나서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들이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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