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P5) 정상회의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기와 장소 등 아직 구체적 내용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와 각종 국제 분쟁 상황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했다"며 "UN 창립 75주년을 기념하고자 가까운 시일에 P5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성명에서 회의 시기와 장소, 주요 의제, 회의 형식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5개국으로, UN은 매년 9월 뉴욕에서 각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UN 연례총회를 개최하면서 안보리 회의도 함께 진행한다.
올해 UN은 창립 75주년을 맞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연례 총회 행사를 비대면 행사로 축소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성명 발표로 일각에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정상들이 UN 창립기념일인 10월 25일 경에 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AP는 올해 P5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추진 중인 이란에 대한 무기금수(수출·수입 금지) 제재 연장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앞서 지난 2015년 7월 UN은 이란과 P5가 맺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승인하고 대이란 무기금수 제재를 종료하기로 한 결의 2231호를 만장일치로 체결했다. 이에 따라 대이란 제재는 오는 10월 종료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에 대한 제재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행정부 수장이 전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바뀌면서 미국이 이란과의 핵합의를 파기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측은 지난 6월에는 해당 제재의 무기한 연장 초안을 안보리에 제출했고, 예정대로 제재가 종료될 경우 이란에 대한 '스냅 백(협정 위반에 따른 반대급부 철회)' 가동까지 거론한 상태다. 반면, 나머지 상임이사국들은 미국이 2018년 JCPOA에서 탈퇴했기 때문에 이를 주장할 권한이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미국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아프가니스탄 등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고 11월 미국 대선과 관련해 선거 보안 문제를 제기했다고도 밝혔다.
이는 대선을 앞두고 잇따른 논란들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뉴욕타임스(NYT)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가 포상금을 걸고 아프간 주둔 미군 살해를 사주했다는 첩보를 묵인했다고 보도했고,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선캠프가 당선을 위해 러시아 측과 교감했다는 의혹인 '러시아 게이트'도 여전히 사법 과정이 진행 중이다.
한편, 같은 날 러시아 외무부도 언론보도문을 통해 미국 측의 요청으로 양측 외교수장 간 통화가 성사한 사실을 전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외무부는 "양측은 러시아가 제안한 UN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회의 준비 상황을 상세히 논의했다"면서 "조만간 열릴 러·미 군사·정치 문제 실무그룹 회의와 관련해 전략적 안정 유지 문제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측은 "아프가니스탄과 리비아, 시리아 정세 등을 포함한 지역 분쟁 해결 문제도 논의했다"면서 "다른 국제 현안과 양자 관계 문제 등도 거론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일 실시한 장기집권 개헌 국민투표에서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코로나19 사태 등 국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P5 정상회의 개최를 촉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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