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한국판 뉴딜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수라고 볼 수 있다. 재정 투입을 위해선 ‘큰 정부’가 필요하고, 이는 진보정권이 추구하는 ‘작은 정부’와 정부의 시장개입 최소화와 배치된다.
미국 플랭클린 루즈벨트가 뉴딜에서 착안한 한국판 뉴딜은 미국의 경우와 상황이 다르다. 1930년대는 대공황의 시기였고 루즈벨트의 정책은 자유방임적인 자본주의의 틀을 대폭 수정하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강원도 춘천에 있는 데이터 및 AI(인공지능) 전문기업 더존비즈온 강촌캠퍼스를 찾은 자리에서 ‘디지털 뉴딜’과 관련해 “디지털 뉴딜은 앞으로 디지털 경제에 기반이 되는 ‘데이터 댐’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펼쳤던 뉴딜의 대표적 사업인 후버댐과 비유하며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데이터댐은 한국판 뉴딜의 주요 중심축인 디지털 뉴딜 중 하나로, 한국판 뉴딜의 10대 주요 사업 중 첫 번째 사업이다. 디지털 뉴딜 사업은 총 58조원이 투입된다.
특히 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한국판 뉴딜의 성공 여부는 속도에 달렸다”고 말했다. 결국 속도를 내려면 적극적인 정부의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제5차 비상경제회의와 5월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 등에서 국가 프로젝트로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비공개 토론 후 마무리 발언에서 “속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해관계 조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하지만 현행 대통령 단임제에서 사업의 연속성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은 “막상 일을 하려다보면 뜻밖의 곳에서 시간이 걸리는데, 대부분 이해관계를 넘어서야 할 때”라며 “이해관계 충돌을 예상해 선제적으로 조정해 달라”고 당·정·청에 당부했다.
이날 발표는 노·사·민·당·정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노사 대표로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5단체장과 김동명 한국노총위원장이 참석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참석하지 않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화상으로 실시간 연결돼 그린뉴딜과 관련한 보고를 했고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화상으로 참여해 디지털 뉴딜과 관련한 의견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민주노총의 내부 반발이 있었긴 하지만 노·사·정 합의안을 도출해낸 노사정 대표자 회의 등을 이해관계 조정의 사례로 들기도 했다. 현재 민주노총은 오는 23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해 조합원들의 노사정 합의안에 대한 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한국판 뉴딜의 성공을 위해선 “과감한 발상이 필요하다”면서 “정부 각 부처는 한국판 뉴딜을 집약적으로 추진할 실행력을 갖춰 달라”고 주문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한국판 뉴딜로 이제 우리는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 ‘선도형 국가’로 갈 길을 찾았다”면서 “한국판 뉴딜을 성공시키려면 적극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정부는 소명의식을 찾고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한국판 뉴딜의 성과를 내기 위해 진력을 다할 것을 저 스스로를 비롯해 내각에 주문한다”고 말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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