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면세품 판매가 일시적으로 허가되고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권의 임대료 문제도 조금은 해결됐지만, 이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뾰족한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올 들어 면세점 업계는 뚜렷한 실적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 같은 분위기는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기획재정부 및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국내 면세점 총 누적 매출액은 6조2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35.9%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5월 총 매출액은 1조179억원으로 전년 대비 51.2% 급감했고, 4월의 경우 9867억원으로 지난 2016년 3월 이후 처음 1조원 벽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1월 2조247억원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인 분위기다.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감소세가 확연하다는 의미다.
주요 대기업 면세점 3사 실적도 일제히 악화됐다. 올해 1분기 롯데면세점의 영업이익은 42억원으로 전년 대비 96.1%나 급감했다. 또 같은 기간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각각 490억원, 3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아쉬운 대목은 국내 면세점 시장이 최근 10년 동안 연매출 25조원, 연평균 20.5%의 성장세를 보여왔다는 점이다. 특히 작년에는 국내 면세업 매출이 사상 최대인 24조8000억원을 찍었다. 이는 전년 대비 31.1%나 증가한 규모다.
한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올해도 국내 면세점 고속 성장 추세가 무리 없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연초 사업 계획을 다소 공격적으로 수립했는데 모두 물거품이 됐다"며 "특히 올해 초만 해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가능성 소식이 맞물려 기대 심리까지 고조된 상황이었다. 허탈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일시적으로 허용한 재고 면세품 판매도 큰 호재는 아니었다는 평가다. 한 면세 업계 관계자는 "재고 면세품을 그냥 썩히면 곧바로 손실로 직결되니, 아무 조치도 하지 않는 것보단 그나마 효과가 있다"면서도 "판매 제품이 6개월 이상 된 장기 재고품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거둔 실익은 크지 않다. 화장품과 담배가 허용 품목에서 제외된 점도 아쉽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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