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확보한 SMIC…‘악연’ TSMC와 '반도체 전쟁' 나설까

기술력·매출·시총·점유율···TSMC 따라잡긴 아직 역부족

'동료'에서 '적'으로···창업후 등 돌린 SMIC·TSMC 창업주

중국 '반도체 굴기' 자존심, 중신궈지(中芯國際·SMIC)가 16일 '상하이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중소·벤처기업 전용 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SMIC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8조원이 넘는다. 든든한 실탄을 마련한 SMIC는 본격적으로 기술·생산력 확대에 힘을 쏟으며 대만 TSMC가 장악한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다.

아직 TSMC와 비교하면 기술력이나 수익성이 한참 못 미치긴 하지만, 중국 정부가 미·중 갈등 속 반도체 국산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SMIC의 향후 성장세가 기대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술력, 매출, 점유율···TSMC 따라잡긴 아직 역부족

 

사실 SMIC가 세계 1위 TSMC를 따라잡기엔 갈 길이 멀어보인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 점유율은 51.5%로 1위를 차지했다. SMIC는 4.8%에 불과하다. TSMC의 10분의 1도 채 안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18.8%), 글로벌파운드리(7.4%), UMC(7.3%)에 이은 5위다.

매출도 한참 못 미친다. 지난해 TSMC 매출과 순익은 각각 357억, 115억 달러로, 순이익률은 32.3%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SMIC는 각각 31억2000만, 2억3500만 달러의 매출과 순익을 올렸다. 순익은 TSMC의 50분의 1 수준이다. 순이익률도 7.5% 남짓에 불과하다.

시가총액 방면에서도 한참 뒤진다. 홍콩·중국증시 시총을 합쳐도 글로벌 반도체 기업 시총 1위인 TSMC(약 3000억 달러)의 10분의 1 수준이다.

기술력도 TSMC와 격차가 크다. 반도체는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칩 성능이 높아지는데, 그만큼 고난도 기술을 필요로 한다. TSMC는 이미 5나노 반도체 공정을 실현해 대규모 양산에 돌입했다. 7나노 공정에 머무는 삼성전자보다 높은 기술력이다. 반면 SMIC는 현재 14나노 공정에 머물러 있다. 연말까지 7나노 공정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미국의 방해 공작으로 더뎌질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선 흘러나온다.

연구개발(R&D)에 있어서도 TSMC가 앞선다. TSMC는 지난해 매출의 약 8%인 30억 달러를 R&D에 투자했다. 반면 SMIC는 7억 달러에 그쳤다. 전체 매출의 22%이지만 TSMC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다만 중국 국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 수준이 현재 10%에서 50%까지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SMIC 매출이 1630억 위안(약 233억 달러)으로, 시총은 1조 위안으로 불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왼쪽) 장루징 SMIC 창업주, 장중머우 TSMC 창업주.[사진=로이터 등 외신]

'동료'에서 '적'으로···창업후 등 돌린 SMIC·TSMC 창업주

사실 오늘날 '라이벌' 관계인 SMIC는 TSMC와 '악연'이 깊다. 악연은 수십년 전 양사 창업자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SMIC가 지금은 국유기업이지만 창업 초창기엔 민간기업으로 시작했다. SMIC 창업주는 중국 반도체 대부로 불리는 장루징(張汝京)이다. 대만·미국 이중국적자인 그는 대만 국립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석·박사를 밟은 후 미국 반도체기업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서 20년간 근무했다. 당시 그곳에서 TSMC 창업주 장중머우(張忠謀)와 동료로 손발을 맞췄다.

하지만 이후 TI를 떠난 두 사람은 각기 서로 다른 창업의 길을 걸었다. 장루징은 중국 상하이에서, 장중머우는 대만에서 각자 반도체 회사를 차렸다. 이때부터 두 기업의 ‘악연’은 시작됐다.

당시 대만은 하이테크 산업이 발달해 반도체 인프라 기반이 튼튼했던 반면, 중국 본토는 반도체 산업 기반이 열악했다. TSMC가 1987년 창업 후 승승장구한 반면, 장루징의 창업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2000년대 대만 독립을 지지하던 민진당 소속 천수이볜 총통이 대만 정권을 잡으면서 중국 대륙과 대만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당시 대만 정부는 대만인의 중국 본토 반도체 산업 투자를 엄격히 제한했다. SMIC도 영향을 받았다. 대만 정부는 2005년 장루징이 중국 대륙에 불법 투자했다는 이유로 벌금을 부과하고 중국에서 철수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장루징은 아예 대만 국적도 포기했다.

TSMC의 견제도 이어졌다. 2003년부터 SMIC에 특허 침해와 상업기밀 누설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한 것. 지리한 소송전 끝에 2009년 패소한 SMIC는 TSMC에 2억 달러 배상금을 지불하고 자사 지분도 10% 내줘야 했다. 창업주 장루징은 결국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후 SMIC는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 차원에서 국영펀드를 동원해 지분을 매입하며 오늘날 중국 ‘홍색기업(국유기업)’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