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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에 권리금 붙겠다"...40살 아파트 전세도 10억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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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0-07-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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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 안전망'인 구축 아파트도 급등…한달만에 수억씩 올라

  • 각종 규제에 전세 매물 실종..."하반기 전세대란 우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6·17 대책, 7·10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정치권에서 '임대차 3법'을 이달 내에 처리하겠다며 속도감을 내자 서울 전역의 전셋값이 들썩이고 있다. 강남·강동의 신축 아파트는 물론 재건축 연한인 30년이 훌쩍 지난 구축의 전셋값도 '10억 클럽'에 속속 진입하는 등 상승 속도가 무척 가파르다. 본격적인 이사 수요가 몰리는 가을철에는 전세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전셋값 상승률은 0.14%로, 지난주(0.13%)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서울(0.10%→0.13%)을 비롯해 지방(0.10%→0.12%), 5대 광역시(0.08%→0.09%), 8개도(0.07%→0.10%), 세종(1.31%→1.36%) 등 거의 전역에서 상승폭이 확대됐다. 

현재 전셋값은 부르는 게 값이다. 준공 38년 차인 서울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아파트 전용 84㎡(이하 전용면적 기준)의 전세가격은 지난 6월 6억~7억원 선에서 이달 10일 이후 11억원으로 한 달 만에 최대 5억원이 뛰었다. 이미 지난 10일 84㎡ 전셋값이 8억원으로 손바뀜 된 이후 10억원대 이하 물건은 씨가 말랐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임대차 3법을 감안해 전셋값을 미리 올리려는 분위기"라면서 "30평형대 매물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동구 고덕동 그라시움아파트 84㎡ 전셋값도 한달 만에 5억원이 훌쩍 올랐다. 이 아파트의 전셋값은 지난 5월 84㎡ 기준 6억원이었지만 지난 6월 7억7900만원으로 오르더니 다시 이달 14일 10억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의 최근 매매가격은 14억500만원(84㎡ 기준). 전세가격과의 차이가 4억원에 불과하다. 

구축 아파트 전셋값이 최근처럼 가파르게 오르는 현상은 매우 이례적이다. 재건축 연한을 채운 구축 아파트는 낡고 노후화된 만큼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대치동 은·우·선·미(은마·우성·선경·미도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실제 은마 84㎡의 경우 최근 전세가 6억9000만원에 거래돼 6·17 대책 전보다 38%가 올랐다. 이에 따라 전세 비중도 25.6%에서 35.4%로 높아졌다. 

신축 아파트의 경우 전셋값이 정상화되는 시점을 통상 입주 후 4년으로 본다. 고덕동 그라시움단지(4932가구)를 비롯해 강동구에 지난 1년간 공급된 가구 수는 1만1000여 가구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기이한 현상은 대규모 물량폭탄보다 규제의 부작용이 더 컸다는 의미다.

성동·마포 등 비강남 지역과 경기도 전셋값도 예외는 아니다. 성동구 래미안옥수리버젠은 84㎡ 전세는 이달 초 8억원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9억~10억원까지 시세가 올랐다. 마포 GS자이와 e편한세상 마포리버파크 등도 지난달까지는 7억원 선에 거래됐지만 이달 들어 전셋값은 8억~9억원으로 뛰었다. 수원에서는 광교 중흥에스클래스 109㎡가 최근 10억5000만원에 거래돼 한 달 만에 3억5000만원이 올랐다. 

올가을 이사를 준비하는 30대 직장인 강모씨는 "앞으로는 세입자들끼리 전세 권리금도 주고받는 시대가 오겠다"면서 "학군 좋은 지역에 전세로 살기 위해선 세입자에게 불리한 특약들을 끼워넣고, 자기소개서·추천서·소득증명서·면접 등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자조 섞인 반응을 보였다. 자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강남에 이사갈 집을 알아보고 있는 30대 주부 안모씨는 "올 초부터 눈여겨본 단지들의 전용 59㎡ 매물이 약속이나 한 듯 싹 사라졌다"면서 "선택지에 없던 빌라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다. 

시장에서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재건축·재개발이 막히면서 전셋집으로 쓰일 서울 도심권 새 아파트가 줄었는데, 기존 주택도 토지거래허가제·갭투자 방지법·양도세 등의 규제로 막혀 수요를 뒷받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임대차 3법 시행 예고도 전세 상승 압력을 크게 하는 요소다.

함영진 직방 센터장은 "재건축 규제로 공급은 줄어드는데 청약은 무주택자격을 유지하도록 돼있고, 각종 세금규제로 주택을 취득·양도하기도 어려운 환경인데 임대차 3법으로 임대차 구조가 어려워졌다"면서 "입주물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올 하반기부터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다주택자 세금 강화와 임대사업자 폐지, 임대차 3법 등의 규제는 전세 공급의 근간인 민간 임대를 완전히 몰살시키는 정책"이라면서 "대책인지 실책인지 모를 정부의 개입으로 결과적으로는 먹이사슬의 맨 끝에 있는 무주택자의 고통만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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