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가 부양책에 급여세 인하를 끼워넣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지지율이 크게 밀리고 있는 가운데 감세로 반전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급여세 인하를 두고 의회의 반발이 커서 이달 내 통과를 목표로 하는 추가 부양책 논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주드 디어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바이러스로 영향을 받은 성실한 미국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하며, 그 방법 중 하나는 급여세 인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앞서 의회에 이 내용을 통과시키길 요청했으며 4차 부양책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급여세 인하가 포함되지 않은 추가 부양법안을 거부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 소식통은 백악관이 다음 주 공화당이 작성할 부양법안 초안에 급여세 인하를 포함시킬 것을 고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급여세 인하를 필수 조건으로 제시한다면 차기 부양책 논의가 더 꼬일 가능성이 있다. 이미 양당은 다음 부양책 규모와 지원 대상을 두고 의견을 모으지 못하는 상황. 민주당은 지난 5월 3조 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책을 통과시켰지만 공화당은 규모를 1조 달러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가 안정적인 회복 궤도에 오르지 못한 가운데 논의가 장기화해 추가 지원이 미뤄지면 경제가 다시 가파른 하락세를 탈 위험이 크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해 미국 정부가 풀고 있는 지원금은 몇 주 안에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미국에서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하면서 캘리포니아, 텍사스, 오리건 등 일부 지역은 경제 재봉쇄령을 꺼내 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주의 단체의 지지 속에 여러 차례 급여세 인하를 옹호해왔다. 급여세는 근로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사회보장과 건강보험(메디케어) 재원으로 사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부양책 논의를 위해 지난 3월에도 의회를 찾아 올해 남은 기간 급여세 면제를 제안했으나, 감세는 부양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여전히 야당인 민주당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으며 여당인 공화당 안에서도 분위기는 냉랭하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감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지연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현금 살포가 더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공식적으로 급여세 인하에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그의 제안 가운데 감세와 관련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민주당은 급여세 면제가 코로나19로 실직 상태에 빠진 수백만 명의 미국 근로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반대한다. 상원 조세입법위원회의 론 와이든 민주당 의원은 "세기의 위기가 닥쳤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한 가지 생각, 감세에만 매달리고 있다"면서 "급여세 인하는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거나 근로시간이 줄어 급여가 쪼그라든 미국인들을 전혀 돕지 못한다"고 날을 세웠다.
급여세가 삭감되거나 완전히 면제될 경우엔 사회보장과 건강보험 재정에 구멍이 뚫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만약 급여세가 완전히 면제될 경우엔 그 비용이 한 달에 약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감세를 밀어붙이는 건 재선가도가 위태로워진 것과 무관치 않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에 두 자릿수 차이로 지지율이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땅한 반전 카드가 없는 가운데 감세로 근로자들의 표심에 호소해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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