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정상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직접 만나 '코로나 펀드'로도 불리는 경제회복기금 합의 여부를 논의한다. 해당 기금이 출범할 경우 EU는 '재정동맹'이라는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 수 있다는 평가지만, 합의의 과정이 쉽지는 않다는 관측이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P 등 외신은 EU가 이날부터 18일까지 벨기에 브뤼셀에서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 정상회의를 개최한다고 전했다.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직접 한 장소에 모이는 정상회의는 지난 2월 코로나19 발병 이래 처음이다.
이날 정상회의에서는 앞서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이 제안한 7500억 유로(약 1029조원) 규모의 경제회복기금(코로나 펀드)과 1조740억 유로(약 1475조원) 규모의 EU 장기 예산안을 놓고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회원국들의 경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공동기금인 코로나 펀드의 합의 여부에 이목이 쏠려있다.
지난 4월 EU 27개국 정상들은 EU 장기예산과 연계한 경제회복기금을 설치하는 데 합의했지만, 경제회복기금 규모와 지원 형식·조건을 두고 회원국들 사이에는 여전히 이견이 나오고 있다.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은 대규모 공동 채무에 반대하면서 지원받은 국가들이 향후 갚아야 하는 대출금 형태의 지원에 찬성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 국가는 기금 지원 시 재정 건전성을 비롯한 경제 개혁 등의 지원 조건도 불가결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코로나19 피해가 큰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와 프랑스는 향후 채무를 이행할 필요가 없는 순수 보조금 형태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08~2009년 남유럽 국가 연쇄부도 사태 당시에도 EU는 '유로펀드'라는 이름의 동일한 지원 방식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국가 부채 확대를 우려하는 독일 등 북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무산하기도 했다.
특히 과거 유로펀드를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독일이 이번 코로나 펀드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프랑스와 함께 회원국들의 합의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은 코로나 펀드 출범 가능성에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독일 측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과 사회적 불만 심화가 장기적으로 EU 경제에 악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EU 분열을 촉발해 국제 사회에서의 위상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코로나 펀드의 도입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장기 경기 침체 가능성을 경고하며, EU 차원의 공동 재정정책이 필수적이라며 코로나 펀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코로나 펀드가 출범하려면 이번 정상회의에서 27개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합의가 나와야 하기에, 이번 회의에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미지수란 관측도 나온다.
안드레이 플렌코비치 크로아티아 총리는 로이터에서 "EU 회원국들이 합의를 이룬다면 여러 의미에서 엄청난 일"이라고 평가하면서, "사안과 관련해 이견이 이어지는 가운데 합의안이 최종 확정될지는 전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AP은 일각에서는 합의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보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회의가 19일까지 이어지거나 2주 이내에 정상회의를 다시 한 번 열어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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