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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人⑧] “제습제‧고무장갑도 예쁘게”...‘디자인 혁신기업’ 생활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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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0-07-20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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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선 생활공작소 대표 인터뷰

  • 깔끔한 디자인‧재치있는 문구…“생활공작소답게”

  • 매출 목표, 전년대비 2배 성장

  • "목표는 직원들이 재밌는 회사 만드는 것"

지금 이 순간, 수많은 스타트업이 세상에 등장했다 사라지고 있습니다. 제2의 배달의민족을 꿈꾸며 열정을 불태우는 젊은 창업가부터,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한 채 조용히 퇴장하는 기업까지. 법인이 탄생하고 소멸하는 시간은 그들 ‘인생’의 전부지만, 대부분 시간은 관심조차 받지 못한 채 조용히 흘러갑니다. ‘스타트人’에서는 숫자가 아닌 속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소리소문없이 창업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스타트업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편집자 주]

 
생활공작소, 브랜딩을 입히다

장롱 속에서 사용하던 제습제를 꺼내 인스타그램에 자랑하게 만들었다면 이것은 혁신일까. 모두가 가성비만 내세울 때 “제습제도 예뻐야 한다”며 검은 뚜껑의 제습제를 만든 발상의 전환을 혁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디자인 혁신기업’ 생활공작소 김지선 대표는 “그렇다”고 말한다.

생활공작소는 모든 제품에 깔끔한 디자인을 입히고, 각 특성에 맞는 독특한 문구를 담고 있다. 튀는 분홍·초록색 뚜껑이 일반적이었던 제습제를 집 안 어디에 올려 두어도 주변과 어울리도록 깔끔함을 강조했다. 제품명은 ‘습기의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제습제’로 붙였다. 고무장갑은 누가 봐도 설거지를 해야 할 것 같은 붉은색이 일반적이었지만, 생활공작소는 감각적인 그레이와 베이지색으로 칠했다. 이 제품의 이름은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게 해줄게 고무장갑’이다.

김 대표는 “하나에 700원짜리 제습제를 팔지만, 처음 제품 소개 페이지를 구성하면서 유명 사진작가에게 촬영을 의뢰했다. 다른 업체들은 '몇 개에 9900원'을 내세웠지만, 우리는 제습제가 예쁠 수도 있다는 것만 보여줬다. 모두가 장롱 깊숙한 곳에 넣어 사용하던 제품을 이제는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다. 이것이 생활공작소의 첫 번째 혁신이었다”고 말했다. 

고무장갑도 탄생 배경이 있다. 김 대표가 이사를 가서 아내가 사진을 찍는데, 주방에서 고무장갑을 치웠다. 빨간색 고무장갑이 주변과 안 어울렸기 때문이다. 그 때 주방 사진을 찍더라도 치우지 않아도 될 고무장갑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생활공작소’ 브랜드를 붙여서 나가는 제품이라면 예쁘면서, 주변과 어울리는 정체성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선 생활공작소 대표. 서울 영등포구 소재 사무실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생활공작소)]

온라인 광고회사에서 생활용품 공급까지

생활공작소는 온라인 광고회사로 시작했다. 타 브랜드 제품을 홍보하면서 생활용품 시장 구조를 알게 됐고, 직원들의 기획력을 더해 자체 제품을 론칭한 선택이 지금의 성장을 만들어냈다. 지금까지 비용이 발생하는 마케팅을 진행해 본 적도 없다. 대부분 소비자들이 SNS에 올린 사진이나 입소문을 통해 구매층이 넓어졌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SNS에서도 예쁜 카페나 맛집, 여행지 소개가 대부분이다. 제품을 홍보하는 대신 생활공작소의 감각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다. 가격과 성분은 디자인과 함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다. 유통 구조를 단순화하고, 제품 마케팅 비용을 줄여 원가를 절감했다. 소비자들이 유해 화학제품에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해 나쁜 성분 사용은 지양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는 세상에 없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회사는 아니다. 다만, 생활공작소가 추구하는 가치와 기본기를 지키고 있다. 예쁘게 만들고, 유해성분을 안 넣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본기다”며 “우리 핸드워시 제품은 답례품 시장에서 독보적인 1등이다. 아이가 사용해도 안심하고, 예쁘게 쓸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타월이나 떡 대신 선물로 주고받는 분들이 많다. 우리가 지킨 기본이 입소문을 타면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현상이다”고 설명했다.

 

[언제든 노크하세요 사장님방(왼쪽)과 사무실에 마련된 직원 라운지(오른쪽).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하얀 바탕에 감각적인 문구가 지배한다.(사진=신보훈 기자)]

6년차 기업의 성장. 여유와 집요함

세상에 나온 지 6년 차 밖에 안 된 생활공작소의 성장은 진행형이다. 인지도 확산에 따라, 매출 목표도 전년 대비 2배 성장으로 정했다. 올해는 직원 50여 명 신규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가치는 ‘생활공작소스러움’이다. 하얀 배경에 센스 넘치는 문구로 표현되는 생활공작소의 감각은 사무실 곳곳에 배어 있다. 널찍한 공간에는 신나는 음악도 흘러나온다. 한 쪽 공간에 마련된 오락기 또한 직원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고려한 여유로운 환경이다.

창업 이후 현재 위치까지 오기까지 사업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투자를 받아 본 적이 없는 김 대표는 자금이 마를 때마다 은행에 찾아가 대출을 받아야 했다. 사업 초기 마땅한 매출이 없을 때는 그 마저도 어려웠다. 한 번은 대출 담당자가 전화를 세 번이나 받지 않자 직접 찾아갔다. 대놓고 전화를 받지 않는 모습이 보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얼굴을 들이밀면서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었고, 눈이 마주친 직원은 혀를 내둘렀다. 그제서야 제대로 된 대출 상담을 할 수 있었다. 여유로운 김 대표의 또 다른 강점인 집요함의 결실이었다.

 

김 대표의 다음 목표는 뭘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온 대답은 “대표와 직원들이 재밌는 회사”였다. 그것이 “창업의 본질”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대표와 직원들이 진짜 재밌어 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직원들이 생활공작소를 다닌다고 친구에게 말하면 회사 이름을 모를 수는 있어도 ‘너희는 그런 복지도 있어?’라는 소리를 듣게 해주고 싶다”며 “생활의 범위는 넓다. 앞으로 제품을 하나씩 늘려가면서 재밌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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