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계기로 사회 곳곳에 AI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이어진다. 특히 영어교육 시장 곳곳에 빠르게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AI 로봇은 교사보다도 더 실감 나는 영어 발음을 구사하며 아이들에게 단어를 가르친다. 심지어 AI는 학생의 학습 결과를 데이터로 분석해 개인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준다. AI가 영어 교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에듀테크 스타트업 링글의 정용훈 CMO(최고 마케팅 책임자)는 지난 10일 아주경제 기자와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머신러닝 기술이 조금씩 초급 영어교육 시장을 채워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경영과 법조, 회계, 과학 등 전문 산업군에서 사용되는 영어는 아직 AI가 학습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라고 봤다.
정 CMO는 "콘텐츠만큼이나 교육용 데이터도 편차가 있다"며 "초급용 영어교육에 사용할 데이터는 이미 충분하지만 고급 영어교육용 AI에 활용할 데이터는 아직은 많이 쌓아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링글의 서비스가 다른 영어교육 서비스와 크게 다른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구글의 웹 기반 문서도구인 구글독스를 활용해 AI 기반 영어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PPT파일과 워드 파일을 강사와 동시에 접속해 볼 수 있어, 내가 쓴 잘못된 표현을 튜터가 어떻게 교정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시간으로 강사와 대화를 주고받은 음성 내용이 모두 텍스트로 기록되며, AI가 텍스트를 분석해 수강생의 말하기 속도와 자주 쓰는 단어를 분석하고 대체할만한 단어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또 다른 장점은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강사진이 직접 만든 교재를 기반으로 이들과 수강생이 1대1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특정 영역에서 해외로 진출해 활동하고 싶은 이들이 해당 영역에서 이미 활동 중인 강사와 만나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업계 비전과 인사이트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영어교육 시장의 한계에 대해 정 CMO는 "서비스 경쟁보단 각종 사은품으로 이용자를 끌어들이려는 판촉 경쟁이 치열하다"고 짚었다. 그는 "진짜 효과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보단 수강생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어 영어교육 시장에서 창조적 혁신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두 공동대표는 자신들이 느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창업에 뛰어들었다. 두 사람은 곧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들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현재 링글 유료결제 이용자 수는 6000명 정도이며, 올해 상반기만 매출 30억원을 달성했다. 이용자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호주, 미국 등 해외 47개 국가에 거주하고 있다. 현지에서 전문 직업을 갖고 활동하며 자신의 영어실력을 키우기 위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지난해 19억원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정 CMO는 "대규모 마케팅에 집중하는 대신 이용자의 실력을 실질적으로 높여주는 콘텐츠와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이 또 다른 차별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링글은 가로와 세로가 1대1의 비율인, 15초로 짧은 영상으로 구성된 모바일 광고 콘텐츠를 활용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성과를 거뒀다. 단순 이미지 광고대비 이용자 유입수가 40% 이상 크게 늘었지만 광고비용은 이미지 광고보다 대폭 줄었다.
링글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영어회화 서비스인 '턴챗'도 출시했다. 비슷한 영어실력을 갖춘 4명이 화상회의 공간에 모여 영어로 대화하는 플랫폼으로,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던 영어 스터디 모임을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영어학습 기회가 줄어들어 이용자들이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서비스다. 턴챗은 AI가 음성인식을 통해 이용자 간 대화를 스크립트로 제공하고 많이 사용하는 단어를 짚어주는 기능도 포함됐다.
링글은 향후 영어를 제대로 배우고 싶은 사람이 가장 많이 찾는 에듀테크 서비스로 자리잡는 것이 목표다. 실제로 최근 일본과 동남아, 유럽을 중심으로 이용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기도 하다. 정 CMO는 "비영어권 인재들도 영어권 인재들과 언어 때문에 밀리지 않고 대등한 위치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영어교육의 본질적인 문제를 기술로 풀어낸 글로벌 에듀테크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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