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서부지검 수사팀은 현재까지 정의연의 회계부정과 관련한 뚜렷한 정황을 찾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두달 동안 2015년 이후의 회계자료를 모두 확보해 분석작업을 벌였지만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한 자료 외에 추가로 자료를 받아가고 회계 담당자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까지 줄줄이 소환해 조사를 했지만 아직 뚜렷한 혐의점조차 특정하지 못했다. 수사를 할수록 정의연의 '결백'만 입증되고 있는 셈.
벌써 두달째 수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앞으로도 뚜렷한 혐의점이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참고인들이 출석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곧바로 피의자로 전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은 물론 실제로 피의자로 전환한 사례까지 있다.
정의연 측 변호사는 "처음엔 검찰이 2015년부터 집중해서 보겠다고 했었는데 수사범위를 2010년까지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는 현직 정의연 관계자 위주로 참고인 조사를 했는데, 요즘은 퇴직한 분들까지 소환"하고 있다. "심지어 2013년에 근무했던 분까지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 이 같은 시각의 근거다.
실제로 과거 정대협 시절 회계를 담당했던 A씨는 검찰의 소환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됐다. A씨는 이미 오래 전에 정대협에서 퇴직해 제주도에서 평범한 가정주부로 아이를 키우고 있다.
외형상 참고인일 뿐 오래 전에 그만둔 옛날 직원들까지 사실상 강제로 끌고와 수사를 하고 있는 셈.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에도 뚜렷한 혐의점이 나오지 않자 수사대상과 범위를 확대하는 등 꼬투리가 잡힐 때까지 수사를 계속 이어가는 이른바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정의연 측은 "의혹이 '클리어'가 되니까 최근에는 공소시효의 최대 범위 2010년까지 보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검찰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실무적인 선에서 참고인 조사를 벌이며 회계 내역을 일일이 맞춰보는 과정에서 시간과 인력이 많이 필요해 수사가 길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연간 예산이 수억원대에 불과한 시민단체 한 곳을 수사하는 데 두 달 이상의 시간을 끌고 있다는 점에서 '수사력 부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처음부터 준비가 안된 채 일부의 여론몰이를 등에 업고 서둘러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5월 20일 검찰이 정의연을 압수수색했을 당시, 압수물 대상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에 나타나 "어떤 자료를 가져가면 되느냐"라고 되물어볼 정도였다. 무엇을 압수할지도 몰라 예비 피의자들에게 압수수색 대상을 지정해 달라고 부탁하는 촌극을 벌인 것.
한편 지난 19일 정의연은 퇴직한 지 5년이 지난 정의연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소환하려다 거절당하자 검찰이 참고인을 피의자로 전환하는 등 강압적 수사로 인권을 침해했다며 서울서부지검 인권감독관실에 '인권 침해 신고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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