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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장만영 교수]
과거 압축성장기에 기업은 경제적 가치, 즉 매출 증대·원가 절감·이윤 추구 등 재무적 이익에 매몰돼 있었다. 그 결과, 경제적 부흥과 윤택한 삶을 얻었지만 빈익빈 부익부 심화로 인한 경제주체 간 반목과 대립이 일상화되는 부작용도 낳았다.
1997년 IMF 위기와 2008년 세계금융 위기는 자본주의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기심과 탐심의 결과였다. 2011년 마이클 포터(Michael E. Porter)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자본주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에서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성장은 모든 비즈니스 활동에서 공동체의 경제적·사회적 니즈를 파악하고 개선할 때 커진다"는 공유가치 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을 역설했다.
2014년 SK는 축적된 역량과 효율성을 기반으로 공정과 상생의 가치를 창출하는 실천적인 사회적 가치 추구의 새로운 경영전략을 제시했다. 사회적 가치가 경제적 가치를 견인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2015년 한국도로공사는 '졸음운전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슬로건 마케팅을 시작했다. 5개년 연평균 300여명에 달하는 사망자 중 180명의 생명이 졸음운전과 주시 태만으로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도로공사는 “졸음운전의 끝은 이 세상이 아닙니다.” “겨우 졸음에 목숨을 거시겠습니까?” 등 전국의 고속도로와 주변 시설물 2700여곳에 졸음운전 예방을 위한 경고문구 현수막을 설치했다.
다소 거친 내용에 “너무 자극적이다”, “졸음운전을 하지 말아야겠다” 등 고속도로 이용자의 반응은 다양했다. 그러나 시행한 지 반년이 채 되지 않아 점차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5년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교통사고 사망자가 19% 감소(2015년 7월 14일 한국도로공사 보도자료 참조)했다. 졸음운전과 주시 태만으로 인한 사망자는 2014년 75명에서 57명으로 확연한 감소세를 보였다. 불과 몇 개월 만에 나타난 효과였다.
그간 자동차 사고는 운전자의 부주의나 태만으로 보는 개인적 요소와 경찰의 관리·감독 범주라는 행정적 요소로 인식했다. 그래서 개인의 운전습관이나 행태에 관여하는 것은 도로공사의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물론 이용자의 불행한 경험이 이용자는 물론 도로공사의 손실임을 알게 됐다. 이는 고속도로 이용자의 행복한 경험과 목적지까지의 안전한 운행까지도 도로공사의 관리범주 안에 포함해야 한다는 사회적 가치로의 전환에서 비롯된 것이다.
도로공사는 졸음운전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고객의 운전습관과 행태에 적극 관여해 행복하고 안전한 고속도로 이용 경험 가치 증대를 경영목표로 내세웠다. 2015년 300여명에 달하던 고속도로 교통 사고 사망자는 2019년 176명으로 41.4% 감소했다.
사회적 가치의 실천은 경제적 가치의 증대로 이어졌다. 도로공사가 이용자의 행복과 안전을 경영전략의 우선순위에 포함하면서 경제적 가치상승의 변화도 함께 일어났다.
2015년 고속도로 통행량은 14억9082만대로 2014년 14억1512만대보다 5.35% 증가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의 연평균 성장률 2.18%의 2.5배에 달하는 성과가 있었다. 이후 2018년까지 통행량의 연평균 성장률도 3.20%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놀라운 변화는 도로공사 매출의 핵심지표인 통행료 수익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통행료 수익은 2013년과 2014년 공히 3조4000억원으로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졸음운전과의 전쟁을 선포한 2015년은 3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88% 증가했다.
201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4.06%보다 1.82%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통행량의 꾸준한 증가와 달리 2017년 들어 통행료 수입은 다소 주춤한다. 2017년부터 시작된 설날과 추석 연휴 기간의 요금면제(지난해 기준 945억원)가 영향을 미쳤다.
도로공사가 이용자의 문제와 행복한 경험(SV)에 적극 관여하면서 이용객 및 수익증대(EV), 사고 감소로 인한 사회적 비용 절감 등의 선순환을 가져왔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둘이 아닌 하나임을 보여준 사례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1인 1PC, 1뱅크, 1TV, 1카메라, 1미디어 등 실시간 정보 공유와 정보의 비대칭이 사라지게 만들었고 기업의 추구 가치 및 일거수 일투족을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 추구와 경제적 가치 추구가 하나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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