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구 LG화학 기술연구원 박사는 22일 오전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린 중국자본시장연구회 제132차 세미나에서 향후 중국과 일본이 기술 산업 발전을 주도할 수 있다는 데 경계감을 드러내며 한국 국가 차원의 기술 경쟁력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박사는 한국과 중국은 지난 수십 년 간 기술 발전에 열을 올려왔다면서 한국은 대기업 주도의 급격한 경제 성장을 해 온 반면, 중국은 주문자생산방식(OEM) 기반의 경제 성장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여기에다가 기술력까지 확보한다면 빅데이터를 통해 고속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시에 4차 산업 시대에 한국의 대기업 주도 경제 성장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 미지수라고 했다.
중국은 한국산 평판 디스플레이 수입으로 인한 적자와 내수시장 과잉공급에 따른 가격 하락, 생산 수율의 저하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중국은 잘 팔리지 않는 고급 제품 대신 B급, C급의 패널로 내수시장을 확대, 위기를 극복하고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김 박사는 진단했다.
아울러 중국 당국은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으며 반도체 산업 육성에 열을 올렸다. 중국의 든든한 지원 하에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지난 4월 128단 3차원(3D) 낸드플래시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게 대표적인 예다. 낸드플래시는 쌓아 올리는 적층 수가 많을수록 용량이 커진다. 그만큼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김 박사는 "중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은 2018년을 기점으로 한국과 동등한 수준"이라면서 "성장 속도를 비교했을 때 내년에는 중국이 한국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2023년에 한국이 중국을 추월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디스플레이 전쟁' 이후에도 한국과 중국은 반도체, 친환경 재활용 기술을 둘러싸고 기술 혁신 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김 박사는 한국이 역으로 중국 첨단소재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과학기술 정책을 개혁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인재를 확보하고 인재 유출을 막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 연구 기획, 능력을 대폭 강화하고, 여기저기 분산된 각 부처의 기획, 평가, 정책 기관을 집적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현지 전문가의 실전 배치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연구개발(R&D)와 양산은 천지차이이기 때문에 연구 목적과 목표를 정확하게 지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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