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스트레스 이겨내는 생명체의 생존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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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입력 2020-07-2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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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30)

[박상철 교수]


<100 to the future> 필자 박상철 교수 =이제 120세 시대로 나아가는 지금. 노화(老化)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박상철 교수의 ‘100 to the future(백, 투더 퓨처)’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박 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뒤 30년간 서울대 의대 생화학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화세포사멸연구센터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을 역임했고, 현재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노화 분야 국제학술지 ‘노화의 원리’에서 동양인 최초 편집인을 지냈고 국제 백세인연구단 의장, 국제노화학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노화 연구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노화이론을 세운 그의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지에 소개됐습니다.

<100 to the future>는 100세까지 보편적으로 사는 미래에 대비하자는 의미로, 영화 '백 투더 퓨처'의 미래 귀환 뉘앙스를 차용한 시리즈 제목입니다. 이제 우리는 100세 시대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앞당겨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필자는 그 길어진 삶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건강하고 풍요로운 내일에 대해 실감나게 짚어나갈 계획입니다. <편집자주>



코로나사태가 발생하여 이미 천오백만명이 넘은 확진자와 육십만명이 넘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현상을 지켜보면서 생명의 의미와 생존의 방법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생명체는 지구상에 등장한 이래 극심한 환경의 변화를 이겨내고 진화를 거듭하면서 살아남았다. 외부에서 생체에 미치는 스트레스는 물리적 화학적 환경요인과 생물학적 질병요인으로 크게 대별된다. 물리적 화학적 요인의 환경변화와 같은 위해 요인에 대응하기 위한 일차적인 방법은 회피하는 것이다. 위험한 환경을 탈피하여 이주하거나 안전한 장소로 피하거나 차단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하면 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생체가 시스템적으로 진화의 오랜 과정을 통하여 내재적 생존원리를 획득하여 왔다. 생체의 위해 요인을 극복하는 개체적 속성을 정리해 보면 실무율(悉無律 all or none principle), 항존성(恒存性 homeostasis), 응내성(應耐性 hormesis)으로 요약된다.

실무율(悉無律)은 신경세포가 자극에 반응하는 기전으로 일정한 강도에 이르지 못한 자극에 대해서는 전혀 반응하지 않고 무시해버리나, 일단 특정 역치(域値)를 넘은 자극에 대해서는 일정하게 반응하는 현상이다. 일정조건이 되어야만 반응한다는 의미에서 생체반응의 “이냐 아니냐(悉無 all or none)”라는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자극에 대한 반응진폭은 일정하게 작동하되 자극의 강도에 따라서 반응빈도만 증감하는 반응체계이다. 자극에 대하여 반응 진폭을 일정하게 해줌으로써 생체를 당황하지 않도록 보호하며, 자질구레한 자극들에 대한 반응을 생략함으로써 생체에너지 소모를 막고 생체의 반응 피로도를 덜어주는 방안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살아가는 도중에 만나게 되는 모든 자극에 일일이 대응하려면 생체의 피로도와 에너지소모는 엄청날 것이다. 또한 자극강도에 따라 반응진폭이 달라져야 한다면 생체가 이에 대응하여야 할 안정장치를 확보하기 위해서 막대한 구조적 보완장치를 갖추어야만 할 것이다. 일정강도 이상의 자극이 왔을 때만 정해진 틀 내에서 안정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생체의 중요한 경제적 보호수단이 아닐 수 없다

항존성(恒存性)은 환경적 위해 요인 속에서 생체 내부의 상태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속성이다. 바깥 환경의 온도가 덥거나 춥더라도 상관없이 체온은 36.5’C를 지키고, 과식하거나 금식하더라도 기본혈당은 90mg%를 유지하고, 대사적 조건이 아무리 변하더라도 혈중 산성도는 반드시 pH7.4를 지키며, 생체는 1기압 상태를 유지해야만 한다. 이러한 생체의 생리적 안정기구는 몸을 언제나 일정한 상태로 유지시켜 어떤 환경적 변화에도 생명을 온전하게 유지하고 보존하는 중요한 대응방안이다. 외부환경변화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생체가 안정적인 내부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생체를 보호하는 안전보호시스템이며 또한 생명현상을 지속적으로 안정하게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으며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응내성(應耐性)은 원래 저(低)강도 방사능에 자주 노출해주면 결국 강한 방사능에 조사되어도 저항성을 갖는다는 실험적 사실에 기인한 개념이다. 이 현상은 방사능에 대한 저항성에 그치지 않고, 독성 화학물질 또는 열과 같은 물리적 화학적 요인에 대하여서도 모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더욱 소량의 독성물질을 상용하면 독약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게 하였다는 보고들이 나오면서 화제가 되었다. 고대 아나톨리아의 미트리다테스왕은 항상 암살 음모에 시달려 평소에 소량의 극약을 먹어왔지만 막상 로마에 패망하여 자살하려고 독약을 먹었지만 죽지 않아 결국 부하에게 자신을 죽여주도록 부탁하였다는 유명한 고사가 있다. 응내성 현상이 학계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특정 요인에 의한 내성 유도가 다른 불특정 요인에 의한 독성 자극에 대하여서도 보편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시사되어 주목을 받게 되었다. 굳이 약물과 같은 자극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겪게 되는 활동들도 자극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일상의 규칙적 운동이 적절한 스트레스가 되거나, 일상의 목욕이 지속적 열자극이 되고, 소량 음주가 적절한 생리적 스트레스가 되고, 또한 소식이 적절한 대사적 자극이 되어 사망률을 낮추고 장수를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는 등의 보고가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규칙적 스트레스가 궁극적으로 외부의 강한 위기적 독성 스트레스에 대한 생존능을 높여 줄 수 있다는 생체의 응내성은 생리적으로 가동하는 중요한 생체 보호방안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이 생체는 개체적으로 실무율, 항존성, 응내성의 원리에 의하여 환경적 위해 요인으로부터 절묘하게 생체를 보존하기 위한 근본 메커니즘을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혜를 갖춘 생명체들은 존재의 측면에서 보다 더 많은 자손을 낳아서 번창하고자 하는 근원적 욕구가 있다.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라고 표현한 생체의 유전자들이 맹목적으로 자손을 번창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고 주장하여 사회적 반향과 반발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그런데 종의 차원에서의 증식욕구는 개체의 생존욕구와 갈등을 빚어 생존과 번식이 상호 배타적으로 대립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생식을 포기하면 그 대가로 생존을 얻을 수 있고, 생식을 늘이면 죽음을 받아 들여야 한다는 대가설 또는 교환설이 그것이다. 대표적 사례로 연어와 같은 회귀성 어류들은 바다에서 강으로 험한 노정 끝에 산란장에 도착하여 생식하고 죽어버리거나, 하루살이 벌레들이 초여름 하루 교미하고 죽어버린다든지, 동물을 소식으로 수명을 연장시키면 자식을 낳는 숫자가 극감한다든지, 인간의 경우도 장수사회가 되면서 출생률이 극감해진다는 결과들은 이러한 이론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번식 또는 생식에 대하여 생존 또는 장수라는 개념이 포용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 배타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생존을 위하여 최선의 방안을 확보하고 있는 생체가 자신의 수명을 제한하는 희생을 통하여서라도 생식을 통한 종 차원의 목적을 추구하는 현상을 보면서 이번과 같은 코로나사태를 극복해내는 인간사회의 방향에 대하여서도 곰곰 생각해보게 한다. 생명세계는 근원적으로 자신의 생존에 최선을 다하되 공리주의적 조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희생도 감수하여야 함을 시사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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