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시작부터 이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의혹 해명과 ‘사상검증’ 공방이 이어졌다. 교착 국면에 빠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후보자의 정책 방향성을 검증해야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자녀의 병역면제 의혹, 후보자에 대한 색깔론에 물들어 버린 것이다.
◆사상‘전향’으로 맞선 여야···이인영 “온당하지 않은 질의 내용”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의를 시작으로 ‘사상검증’에 대한 여야 의원들이 언성이 높아졌다.야당은 이 후보자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의장 전력을 앞세워 이 후보자를 ‘사상전향 여부’로 압박했다. 반면 여당은 ‘4선 국회의원’ 출신인 이 후보자에게 사상전향을 강요하는 것은 국회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고, 이 후보자는 남측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태 의원은 ‘태영호-이인영, 두 김일성 주체사상 신봉자의 삶의 구도’라는 제목의 자료를 공개하고, 이 후보자의 전대협 활동을 앞세워 사상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국회의원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이 후보자에게 ‘전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여야 간 대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사상 전향은 태 의원처럼 북에서 남으로 왔을 때 해당한다. 저는 그런 사람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 “아무리 의원님이 저한테 청문위원으로 물어본다고 해도 그건 온당하지 않은 질의 내용”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태 의원을 향해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은 아직도 태 의원이 남쪽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의 지적에 송영길 외통위 위원장과 김영호 외통위 여당 간사도 힘을 실었다.
김 의원은 태 의원의 질의에 대해 “굉장히 유감스럽다”며 “대한민국 출신의 4선 국회의원을 지낸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게 어떻게 주체사상을 포기하라, 전향했느냐는 질문을 하는 것은 국회를 모욕하는 행위”라고 분노했다.
송 위원장은 오전 청문회를 마무리하며 “청문회에서 정책이나 사상 검증은 필요하다. 하지만 사상 전향이라는 발언은 이미 그 사람이 주체사상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고 말한 것”이라며 “그게 적절치 않다는 것이니 용어 선택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석기 외통위 야당 간사는 “이 자리는 이 후보가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서 제대로 자격이 있느냐, 정책의 문제를 따질 수 있고 사상의 문제를 따질 수 있다”며 태 의원의 질의가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이 후보자가 김일성 주체사상파인 전대협 의장을 하지 않았나. 그건 대한민국 국민이 다 안다. 사상에 관해 묻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같은 국회의원이 발언하는 내용에 대해 부적절하다 따지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들 진료기록 모두 제출’ 요구에 “아버지로서 동의 못 해”
이 후보자와 야당 의원들은 ‘사상전향’ 이외 이 후보자 아들의 병역 면제 근거 자료 제출을 놓고도 대립했다. 야당 의원들은 병역 면제의 근거가 된 의료 기록 모두를 제출할 것을 촉구했고, 이 후보자는 “개인의 진료기록 모두 제출하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기현 통합당 의원은 이 후보자의 아들이 2013년 부정교합 등으로 재판정을 요구를 받고 6개월 사이에 강직성 척추염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2014년 1월 아들이 기흉이 됐고, 수술 후 허리가 아프다고 해 신경외과로 옮겨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해보니 강직성 척추염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CT 자료와 병무청 자료를 통째로 제출하라고 주장했고, 이 후보자는 병무청에서 촬영한 CT 자료만 제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아들의 병적 기록 제출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이 후보자는 격양된 모습을 보이면서 양측의 언성이 높아졌다. 송 위원장이 중재에 나섰지만 김 의원과 이 후보자가 기 싸움은 이어졌다.
이 후보자는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면서 “아들이 아픈 것도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덧씌워지는 누명 같은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청문회에 임해야 하지만 달가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이어 ‘대를 이어서 병역 면제를 받았다’는 지적에도 날을 세웠다. 이 후보자는 “내가 군대를 가지 않아서 아들을 면제받기 위해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정말 동의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아들의 스위스 유학 사실을 숨겼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나와 같이 출장을 갔다가 내 아들을 만난 국회의원들도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 아들의 스위스 유학 특혜 의혹과 관련해 스위스 학교 교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윤 의원은 “(해당 교수가 말하길) 부친이 정치인이라는 사실도 몰랐다. 설사 알았다고 하더라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다”며 “대단히 조용히 생활했고, 저렴한 아파트에서 검소하게 살았던 거로 기억한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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