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열풍으로 ‘금연치료제’ 시장 축소…제약업계 “제네릭 출시 고민”

화이자제약 금연치료제 ‘챔픽스’ 최근 특허 만료

금연치료제 챔픽스 [사진=한국화이자제약 제공]

금연치료제 시장이 갈수록 감소하면서 제네릭의약품(복제약)을 출시하려던 제약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다수 제약사가 제품 발매 계획을 취소하거나 주저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금연치료제 오리지널의약품 ‘챔픽스((성분명 바레니클린)’의 특허가 지난 19일 만료됐다. 오리지널 특허가 만료돼야 제네릭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 시기에 경쟁약물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챔픽스 특허만료 이후 발매된 제네릭은 한미약품 '노코틴에스'에 불과했다. 금연치료제 시장이 시들해지면서 제약사들이 시장에 뛰어들기를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제약사 33곳의 66개 제네릭 품목이 허가를 받은 상태다. 대웅제약과 삼진제약, 일동제약, 안국약품, 보령제약, 광동제약, 테라젠이텍스, 제일헬스사이언스 등 다수 업체는 앞서 금연치료제 출시를 예고했으나, 몇 곳은 아예 출시를 포기했다.

안국약품 관계자는 “원래는 금연치료제 ‘바이코틴정’을 출시키로 계획했는데, 의외로 매출 규모도 작고 시장이 과열될 것으로 판단해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며 “차라리 다른 쪽으로 집중하자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삼진제약도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금연치료제 시장 자체가 감소하고 있고 경쟁도 치열해 시장성이 적다고 판단, 출시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령제약과 테라젠이텍스, 일동제약 등은 여전히 고민 중이며, 제일헬스사이언스만 이달 말 출시를 앞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화이자제약의 챔픽스는 정부의 금연 프로그램 지원에 힘입어 매출이 급상승했다. 앞서 건강보험공단은 금연을 권장하기 위해 2015년 금연치료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해당 사업은 12주 동안 의사의 진료상담과 의약품 처방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꾸준히 치료를 완료할 경우 약값 총 33만4000원(1인 기준)이 전액 지원된다.

때문에 챔픽스 매출은 급상승했다. 의약품시장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14년 63억원이던 챔픽스 매출은 이듬해 240억원으로 뛰었고, 2017년에는 650억원에 달했다.

시장이 커지자 당시 일부 국내제약사들은 의약품 효과와 지속시간을 높여주는 촉매제 역할인 ‘염(鹽)’ 변경으로 특허를 회피해 제네릭을 출시했으나, 화이자제약이 특허 관련 소송을 진행해 결국 특허가 만료될 때까지 제네릭 판매가 금지됐었다.

결국 업계는 특허만료 시기만을 기다렸으나, 이제는 시장 자체가 시들해졌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금연사업에 참여한 사람은 2015년 22만8792명에서 2016년 35만8715명, 2017년 40만8097명까지 늘었으나, 2018년 급락해 29만6020명으로 줄었다. 이어 지난해에는 28만9651명으로 줄었고, 올해 6월 기준으로는 11만 명만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정부와 업계에서는 전자담배 유행이 금연사업 참여율을 크게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국내 전자담배 시장은 2017년 4716억원 규모였으나, 최근 2조원에 달하며 크게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들이 전자담배가 연초보다 유해성이 적다고 인식하면서 금연을 하려던 사람도 전자담배를 이용해 금연치료제 시장이 줄어들었다”며 “챔픽스 약가 역시 처음보다 낮아져 시장이 많이 축소되면서 제약사들이 시장성 측면에서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시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고, 연초에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특성에 따라 내년 초에 맞춰 시장진출을 꾀하려는 업체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