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7년 재위 9년째 세종이 낸 과거시험 문제는 ‘취민유제(取民有制)’였다. 백성에게 세금을 거두는 일에는 잘 정비된 제도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비슷하지만 고약한 말을 서양사람도 했다. 루이 14세때의 재무장관 바티스트 콜베르다. “세금을 징수하는 기술은 거위에게서 최대한 많은 깃털을 최대한 소리나지 않게 뽑아내는 것과 같다.” 언제부터인가 세금이 술안주가 됐다. 급조한 ‘제도’가 세금을 마구 뽑아내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집값이 올라 좋기는 한데 차익은 먼 미래고 오른 세금은 눈앞의 현실이다. 역사상 혁명은 거의 예외없이 조세저항이 불씨였다. 털 뽑힌 거위들이 거리로 뛰어나왔다.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는 ‘무서운 두 가지’라지만, 세금이 과하면 국민은 죽기를 각오하고 저항한다. 프랑스혁명과 미국 독립혁명이 그랬다. 지금 ‘으악세(稅)’ 비명의 크기가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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