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격동'의 시대] ②삼성 vs 애플, 손정의의 구원자는 누구?...ARM 인수 경쟁력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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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7-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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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선스 비용 절감·모바일 칩셋 경쟁력 제고 vs 독과점 리스크·감당할 수 없는 몸값

  • 경영위기 몰린 손정의 "시간이 없다"...비전펀드 미래구상 핵심 정점 ARM도 놓을까?

"20년 안에 전 세계는 ARM이 설계한 제품을 1조개 이상 사용할 텐데, 40조원도 아주 싸게 사는 것이다." (지난 2016년 ARM 인수 당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의 발언)

손정의 회장의 '미래 구상'서 핵심 정점에 서있는 ARM의 매물 가능성 소식에 반도체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ARM이 제공하는 '기초 설계도'는 전 세계 모바일 반도체 제품의 95%가 채용했을 만큼 현재 생태계 안에서 '필수 불가결한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어느 반도체 업체도 ARM이 한쪽 품으로 들어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지만, 손 회장이 한껏 부풀려놓은 몸값과 독과점 리스크(위험성) 탓에 선뜻 나서기도 어렵다. 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최악의 경영 위기를 맞은 손정의 회장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업체 엔비디아가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소유한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암) 홀딩스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날 블룸버그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엔비디아가 최근 몇 주에 걸쳐 인수 제안과 관련해 ARM의 영국 케임브리지 본사와 접촉했다"면서도 "아직 관심을 표명한 수준일 뿐 또다른 인수 희망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일각에서는 소프트뱅크가 당초 계획대로 ARM의 상장을 계속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소프트뱅크가 아직 기업공개(IPO)를 위해 고용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의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ARM의 IPO 예상 규모가 440억 달러(약 53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이 편이 더욱 소프트뱅크에 이득이라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손 회장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이다. 위워크와 우버의 IPO 결과 부진으로 흔들리던 소프트뱅크가 코로나19 사태로 창사 이래 유례없는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며 결정타를 얻어 맞은 상태에서, 미국 행동주의 펀드 그룹 앨리엇 매니지먼트까지 이사회에 난입해 손 회장의 경영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RM의 IPO 과정에 들여야 하는 상당한 시간을 손 회장이 버텨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에 다급해진 손 회장은 미국 이동통신사 티모바일 지분을 매각하는 등 그간 모아온 핵심 포트폴리오까지 털어내면서 회심의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ARM의 매각설은 업계에 충격적인 소식으로 평가된다. ARM은 손 회장이 비전펀드를 등에 업고 그려냈던 '공유경제·5G·사물인터넷'이란 미래 구상의 '중심의 중심', '화룡정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손 회장은 막다른 길에 몰려있는 것이다. 
 
애플과 삼성도 ARM 인수전 뛰어드나...'시너지 효과'가 관건
애플과 삼성전자도 ARM의 유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꼽힌다. ARM의 반도체 설계 사업과 연관성이 높고 자금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두 기업 모두 ARM을 인수할 경우 라이선스 비용을 절감하면서 칩 설계 단계에서부터 모바일 제품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독자 칩 시대'를 선언한 상태인 애플의 ARM 인수는 사실상 실익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애플은 지난 15년간 반도체 칩을 공급해왔던 인텔과의 결별을 공식화했다. 지난 6월 22일 열린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 2020' 행사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말부터 자사 데스크톱·노트북 맥에 자체 설계한 시스템온칩(SoC) '애플 실리콘'을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애플은 ARM을 공동 창업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1999년과 2008년 각각 반도체 개발업체인 레이서그래픽스와 P A 세미를 인수하는 등 한참 오래전부터 칩셋 자체 설계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이에 따라 이미 ARM 설계도를 기초로 자체 칩셋인 '애플 실리콘' 개발 기술이 완성 단계에 들어서는 결실을 맺은 애플로서는 ARM과의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면 될 뿐, 50조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인수할 필요까진 없다는 것이다. 

실제 22일 블룸버그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애플에 접근해 ARM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양측은 이와 관련한 예비적 논의를 가졌지만, 애플 측은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ARM의 라이선스 사업이 자사의 사업 모델에 맞지 않을뿐더러, 시장 독과점 리스크도 크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삼성전자의 ARM 인수 필요성이 더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지난 2015년 삼성전자는 모바일 CPU 코어를 자체 개발하기 위한 '몽구스 프로젝트'를 가동했지만, 경쟁력 한계 판단에 따라 4년 만에 중단했다. 이후 CPU 설계 대신 AP 성능 고도화에 집중해왔던 삼성이 ARM을 인수한다면 향후 AP칩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 지배력을 확충할 가능성도 크다는 평가다.

ARM의 라이선스 로열티를 지렛대 삼아 퀄컴이나 애플 등 경쟁사를 상대로 협상력을 끌어올리거나 물량 수주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독과점 리스크와 50조원에 이르는 인수 규모는 삼성전자에게도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시장 독과점 가능성이 있는 기업 인수 과정은 자국뿐 아니라 관련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 곳이라도 허가에 실패하면 인수는 그대로 실패로 돌아간다. 특히, ARM은 모바일 AP의 기초 설계도를 제공하는 만큼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반도체 제조 생태계를 갖춘 수 많은 국가들과 연관돼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 입장에서 ARM에 지불하는 로열티 규모는 전체 영업이익 중 미미한 수준이기에 AP 기술력 재고를 위해선 ARM 인수보다는 기술 개발 인력 등의 영입이 더 싸게 먹힐 수 있다.

현재 ARM의 연간 영업이익은 2700억원 수준으로 30조~50조원에 이르는 인수금액 회수 기간은 단순 계산으로만 150년이 걸릴 정도다. 투자 회수 전망조차 서지 않는 사업에 어떤 기업이든 쉽사리 회사가 휘청일 만한 거금을 넣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등의 한 기업의 독자 인수 가능성보다는 애플과 퀄컴·삼성전자 등의 컨소시엄 인수 가능성이 차라리 현실성이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중국 삼성 매장에 비친 애플 로고.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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