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반도' 구교환 "감독님이 그린 서대위 그림 강렬…연기에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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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0-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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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도' 배우 구교환 [사진=NEW 제공]
 

"구교환씨의 연기를 보고 모든 스태프가 감탄했어요. 호아킨 피닉스(영화 '조커' 주연 배우)인 줄 알았죠."(연상호 감독)

연상호 감독의 말처럼 배우 구교환(38)의 연기는 보는 이들을 홀린다. 독립영화 배우(영화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부터 셀프 연애 다큐를 찍는 감독(영화 '연애 다큐'), 20대 백수(영화 '우리 손자 베스트'), 트랜스 젠더(영화 '꿈의 제인)를 지나 데이트 폭력에 연루된 지질한 남자친구(영화 '메기')까지. 그는 독특한 목소리와 비주얼로 자신만의 '개성'을 구축하면서도 한계 없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곤 했다.

"상업영화 데뷔작이요? 글쎄요. 저는 그냥 '메기'의 다음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분리하는 태도를 가져본 적이 없고 의미 부여를 하지도 않아요. 그저 '반도'와 서 대위에 호기심을 느꼈고 출연한 거예요."

독립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인기 스타다. '수작'이라 입소문을 탔던 다수의 영화에서 활약했고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괜히 '독립영화계 스타'라는 별명이 붙은 게 아니었다.

이 핫한 독립영화계 스타는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반도'에서 631부대를 지휘하는 서 대위를 연기했다. 희망을 잃고 무너져가는 캐릭터를 자신만의 풀이법으로 완성했다. 독립영화 팬들도, 그를 몰랐던 이들도 서 대위에 엄청난 호기심을 보였다. 보는 이들을 홀리는 그의 연기는 상업영화에서도 통했다는 이야기다.

"시나리오를 읽고 (서 대위에 관한) 어떤 이미지가 계속 떠올랐어요. 계속해서 받지 않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모습이었죠. 간절한 상태가 지난 어떤 시기의 인물 같았어요. 불안하고 위태로운 이미지를 느꼈고 전사 등을 만들기보다 순간순간 그려지는 풍경들을 그려보려고 했어요."
 

영화 '반도'에서 서대위 역을 맡은 배우 구교환 [사진=NEW 제공]


민간인들을 구하던 631부대는 희망을 잃고 무뢰배로 전락한다. 무자비한 631부대 구성원들을 통제하는 지휘관인 그는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데 있어 주저함이 없다.

"감독님께서 서 대위 역을 설명하실 때 직접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셨어요. 감독님의 그림 속 서 대위의 눈이 계속 기억에 남더라고요. 다 무너져내린 위태로운 사람의 눈. 굉장히 인상 깊었고 그런 부분을 연기에도 반영시켰죠."

이미지를 연상해가며 서 대위에 대한 서사를 차곡차곡 쌓아나갔다. 텍스트로 그의 역사를 늘어놓기보다 함축적이지만 강렬한 이미지들로 내면을 채워나가는 작업을 거쳤다.

"서 대위는 혼자 만든 게 아니에요. 그의 헤어스타일, 의상, 메이크업, 사무실의 풍경 등…. 현장에서 서 대위를 위해 조성된 것들을 보면서 힌트를 얻었죠.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있었던 것 같아요."

연상호 감독은 서 대위의 많은 부분을 '빈칸'으로 대체했다. 그의 과거는 알 수 없고 631부대원들과 관계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많은 부분을 생략했고 함축했다. 이 '빈칸'을 채우는 건 오롯이 구교환의 몫이었다.

"빈칸은 빈칸대로 남겨놓고 싶어요. 물론 제가 상상한 부분도 있지만요. 시나리오를 읽고 제가 궁금하고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던 건 '왜 매일 아침 단정하게 양복을 입고 머리를 손질하는 걸까?'였어요. 아마도 그리워하는 거겠죠? 서 대위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영화 '반도' 스틸컷 속, 서대위(구교환 분) [사진=NEW 제공]


앞서 구교환은 2017년 영화 '꿈의 제인'으로 아주경제와 만났을 당시 극 중 제인 역에 관해 "극 중 캐릭터와 일체감을 느끼기보다 인물을 만난다는 마음으로 접근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서 대위 역은 어땠을까? 그에게 캐릭터 접근 과정을 물었다.

"서 대위도 만난 거예요. 뭐랄까 정말 만나기 싫은 사람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랄까? 실제로 마주해서도 안 되는 인물이잖아요. 하하. 제인과는 가까워지려고 했다면서 대위와는 거리를 두려고 했어요."

서 대위는 많은 부분 '빈칸'으로 남기고 있지만 그를 채우기 위해 어떤 작품이나 캐릭터를 반영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레러펀스를 두고 연기하는 것은 구교환의 스타일이 아니라고 한다.

"너무 많은 배우와 감독, 그리고 영화를 좋아해요. 작가주의 영화부터 블록버스터 영화까지. 어떤 방법으로든 저를 매혹시킨다면 '좋아하는 영화'가 돼요. 그게 취향이나 사람이나 연기나, 매혹의 방법은 여러 가지겠죠. 하지만 연기할 때 어떤 걸 레퍼런스로 삼지는 않아요. 제가 해결하려고 하는 편이죠."

인터뷰를 하는 동안 구교환은 몇 번이고 연 감독에 관한 신뢰감을 표현했다. 장면마다 주인 의식을 심어주었으며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고. 그 덕에 구교환은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현장을 누빌 수 있었다고 했다.

"감독님께서 호아킨 피닉스 같다는 이야기를 하셨을 때 속으로 '왜 그러시지'…. 하하하. 아유. 전 좋죠. 감동적인 편지를 받은 것 같았어요. 쑥스러워서 입 밖으로도 못 꺼냈지만 그런 대배우와 비교해주시니 영광이에요."
 

영화 '반도' 배우 구교환 [사진=NEW 제공]


영화 '반도' 개봉 후,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구교환'의 이름이 올랐다. 그가 영화 '메기'의 감독 이옥섭과 7년째 열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졌지만, 대중에게는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었다.

"열애설이 왜 났지? 하하하. 그날은 놀라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했었는데…. 음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그냥 잘 만나고 있어요."

열애설이 보도된 것이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지만 그만큼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이야기기도 했다. 일종의 신고식이었던 셈이다.

"그런가요? 아직 그런 변화는 못 느끼겠어요. 오늘도 지하철을 타고 왔는걸요?"

이옥섭 감독과 구교환은 연인이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함께 영화 작업을 해온 동료이기도 하다. 단편 '4학년 보경이'(2014), '플라이 투 더 스카이'(2015), '걸스 온 탑'(2017) 등과 장편 '메기'를 함께 만들었고 현재는 '[2x9HD] 구교환X이옥섭'이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그 채널은 우리의 작업을 아카이빙하는 채널이에요. 단편 영화를 올리는 창구가 필요했고 관객과 만나고 싶어서 유튜브라는 새로운 창구를 찾게 된 거죠. 영화도 공개할 수 있고 관객과 만나니 더할 나위 없죠."

구교환은 '독립영화계 스타'지만 동시에 전도유망한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서울예술대학 영화과 출신인 그는 '거북이들',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 '연애 다큐' 등 다수의 단편 영화를 찍었고 그 중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2013)라는 미쟝센 단편영화제 희극지왕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감독으로서) 아직 준비 중인 작품은 없어요. 모르는 거죠. 어느 날 갑자기 너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긴다면 (영화를) 만들 수도 있고요. 언제든지 (아이디어가 떠오르길)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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