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을 반값으로 복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월경(생리)통, 안면신경마비(구안와사), 뇌혈관질환 후유증 등 3개 질환에 1인당 10일치의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지금은 이 정도 약을 먹으려면 평균 23만원 넘게 든다. 한약을 10만원 미만으로 구매할 수 있어 환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아질 전망이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제1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증(만 65세 이상) 등 3개의 치료용 ‘첩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정부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984년 청주‧청원 지역에서 첫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후 36년 만에 전국 단위로 정부 시범사업을 공식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첩약은 여러 한약재를 섞어 탕약으로 만든 형태를 뜻하며, 한 번 먹는 양을 보통 1첩(봉지)으로 한다. 첩약 급여화가 되면 환자 부담은 일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월경통에 처방하는 첩약 가격의 경우 보험이 안 되니 비싸고 한의원마다 가격도 제각각이다. 현재 평균 23만원 수준으로 복용할 수 있는데, 시범사업 이후에는 지금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해진다. 진찰비를 포함해 건강보험 수가(의료서비스 대가)가 10만8760원~15만880원으로 낮아지고 환자는 절반만 부담하게 돼 최소 5만1700원에서 최대 7만2700원만 내면 된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시범사업에 포함된 대표적인 3개 질환은 한의표준진료지침이 이미 만들어져 있고, 이미 수백년 전부터 쓰여 온 치료법인 만큼 치료 근거가 많은 질환”이라며 “다만 첩약의 효과(유효성)와 안전성을 전제로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범 사업을 통해 이를 증명하는 데 정부와 한의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범사업 기간은 오는 10월부터 3년이다. 정부는 이 시범사업을 위해 연간 5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다만 환자 1인당 1년에 한 번, 10일분까지로 제한한다. 또 규격품 한약재 사용, 조제내역 공개 등 신청 조건을 충족하는 한의원만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이곳에서만 건강보험 적용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약국, 한약국에선 한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조제할 수 있다. 정부는 시범사업 결과를 보고 해당 질환을 늘리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여러 단체의 의견을 듣고 처방전 가이드라인 등에 대해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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