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홍콩, 중국식 컨테이너 병원까지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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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07-2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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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닷새째 코로나19 확진자 100명 이상

  • 환자 급증에 의료시설·의료진 태부족

  • 일주일 내로 박람회장 임시병원 개조

  • 中 지원책에 홍콩 의료계 "혼란 가중"

중국이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불과 열흘 만에 완공한 우한 훠선산 병원 전경. [사진=신화통신]


홍콩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의료시설과 의료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대형 행사장을 중국식 컨테이너 병원으로 개조하는 작업까지 진행 중이지만, 방역 과정에서 중국의 지원을 받는 데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례도 늘고 있다.

27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전날 홍콩에서 12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103명이 본토에서 감염됐고 25명은 역외 유입 사례였다. 홍콩에서는 지난 22일부터 5일 연속 신규 확진자가 100명을 넘고 있다.

누적 확진자는 2633명까지 불어났고 18명이 사망했다.

단기간 내에 환자가 급증하면서 의료시설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1207개 음압병실(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격리 치료 병실) 사용률은 79.5%를 기록 중이다. 중환자실(ICU) 사용률은 100%에 육박한다.

홍콩 상보는 "중환자실 내 남은 병상이 1~2개에 불과한 병원이 대부분"이라며 "증상이 호전된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옮겨 달라는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부족한 병상을 확보하기 위해 홍콩 아시아국제박람관을 임시 병원으로 개조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우한의 훠선산(火神山) 병원이나 베이징 샤오탕산(小湯山) 병원처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전용 병원이다.

중국은 컨테이너를 2층으로 붙여 연결하는 방식으로 1000개 병상 규모의 훠선산 병원을 불과 열흘 만에 완공한 바 있다.

이에 홍콩도 중국의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젠쭝(張建宗) 홍콩 정무사(司·국) 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행정장관의 요청에 따라 중국 중앙정부도 홍콩 내 검사 역량을 늘리고 아시아국제박람관을 컨테이너 병원으로 개조하는데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시 병원은 이르면 이번주 내로 문을 연다. 가오바성(高拔升) 홍콩 병원관리국 행정 총재는 "아무리 노력해도 병상 수가 확진자 발생 수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일주일 정도면 임시 병원 사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시 병원의 초기 병상 수는 100개 정도이며 10~14명의 의사와 40~50명의 간호사가 파견된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 중인 홍콩 의료진. 병원에 중국과 달리 번체자와 영어로 쓰인 문구가 곳곳에 붙어있다. [사진=관찰자망]


이밖에 홍콩은 리위먼(鯉魚門) 리조트 등 휴양 시설까지 환자 수용 시설로 전환했다. 상태가 호전됐거나 증상이 경미한 환자를 격리 수용한다.

중국에서는 홍콩에 대한 의료진 지원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홍콩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거북함도 느껴진다. 홍콩 상보는 "영어를 사용하는 홍콩 의료진과 보통화·간체를 쓰는 중국 의료진이 뒤섞이면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홍콩간호사협회는 공식 성명을 통해 중국 중앙정부의 의료진 지원에 반대했다.

반면 홍콩 의료진 총노조의 펑취안궈(馮權國) 부주석은 "비상 시기인 만큼 구인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중국 의료진은) 밥그릇을 뺏으러 오는 게 아니라 사람을 구하기 위해 오는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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