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27일 “다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이제 코로나19를 뉴노멀로 받아들일 때가 왔어요. 생각보다 미래가 앞당겨졌고, 축산 분야 디지털 혁신은 더 급박하게 진행될 겁니다”라고 진단했다.
농협축산경제는 다음 달 디지털국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온라인유통망 확대를 통해 유통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한우 경매 시스템에 화상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도 한다.
“농민들 중 아직 휴대폰으로 한우를 신청하는 법을 몰라 물어보곤 하는데 농가의 고령화 탓도 있지만 아직 축산 분야에서 디지털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요. ‘농가에 디지털 교육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외부 디지털 전문가를 영입해 TF를 꾸리기로 했어요. 요즘 저도 열공 중입니다. 디지털 교육을 하려면 제가 먼저 알아야 하니까요.” 수줍은 듯 말하는 김 대표는 웃는 얼굴이었지만 눈빛은 진지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의 장기화가 한우와 한돈 시장에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지난 5월 전 국민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뒤 한우, 한돈 가격은 널뛰기를 했다. 김 대표는 이를 일시적인 반사이익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경기 침체와 소득 감소로 한우와 한돈 소비가 줄고, 가격도 다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대표는 “재난지원금 영향으로 한우 가격이 급증한 틈을 타 사육두수를 늘리면 다시 도매가격 하락세로 이어질 수 있다”며 “송아지 입식과 번식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협축산경제에 따르면 한우 사육두수는 올해 317만1000마리에서 2021년 328만 마리, 2022년 336만2000마리로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돈도 올 상반기 삼겹살 등 가정 소비 특수로 가격 상승세를 보였지만 하반기 공급 증가와 함께 소비 감소로 가격 하락이 우려된다. 특히 한돈 비수기는 평상시 10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6개월가량이었지만 올해는 7월로 앞당겨져 비수기가 9개월가량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가격변동에 따라 농가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수급 안정을 위해 축산물 수급예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축산경제는 지난해 말 입식-교배-분만-출하-등급판정 등 한우의 전 생애 정보를 제공하는 빅데이터 기반의 한우 핵심 DB를 구축했다.
그는 한우 화상 도매 시스템 구축도 먼 미래가 아니라고 했다.
농협은 전국에 8곳의 공판장이 있는데, 질 좋은 한우는 주로 음성 공판장에서 경매가 이루어진다. 머지않아 한우를 음성까지 보내지 않고도 중도매인들이 현지 한우를 화상으로 보고 경매가 가능한 날이 올 것이라고 김 대표는 장담했다.
그는 “아직 농민들은 전날 소를 직접 확인한 뒤 경매에 들어가는 습관이 있어 화상 경매가 가능할지 의문도 있는데 이미 3D로 진짜 같은 소의 이미지를 구현해 내는 기술이 있어 한우 화상 경매도 곧 현실화될 것”이라며 “한우를 먼 공판장까지 보내지 않아도 돼 감염병 예방과 물류비 절감을 할 수 있고, 소비자들도 한우의 전 유통 과정을 화상으로 볼 수 있어 믿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산 농축산물 신뢰도 상승··· 밀키트 기능성 식품 개발·언택트 판로 구축
농협축산경제는 언택트(비대면) 방식의 소비 환경 변화에 맞춰 e-커머스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가정간편식 밀키트가 대표적이다. 농협축산경제는 지난해 간편식 TF를 구성해 70가지가 넘는 밀키트 제품 개발에 전념했다. 고령 가구를 위한 케어푸드, 어린이용 키즈푸드 등 기능성 식품도 곧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오프라인 중심의 판매 채널도 온라인, 사회적소셜네트워크(SNS) 등으로 다각화하는 한편, e-커머스도 기존 쿠팡에서 위메프를 추가하며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도매 쇼핑몰 'e고기장터'를 통해 유통 플랫폼도 강화했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를 접목해 온라인 매출을 지난해 600억원 규모에서 올해 1000억원, 2022년까지 2000억원으로 두 배 상향한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사무 업무 효율화, 방역 업무 전산화 등을 위해 올해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도 시범 도입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양돈, 양계 등 축종별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해 축산 종합 디지털 플랫폼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가 온라인 유통망 구축 등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는 데는 국내 농축산물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뒷받침하고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에 시름하고 있을 때도 국내 농축산물을 찾는 수요는 수그러들지 않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국가별 식량 문제가 대두되고, 식량 주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국산 농축산물의 인기와 신뢰가 우리 축산업계에는 기회라고 했다.
김 대표는 “최근 코로나19 이후 농수산시장 변화를 분석한 맥킨지 보고서에서 국내산 농축산물을 소비하겠다는 응답이 80%였다”며 “코로나19에도 축산분야만큼은 국내산이 우위에 있다고 보고, 우리 축산농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신선도와 품질을 유지하면서 온라인 소비가 가능한 유통체계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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