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담당하는 청소년 업무를 별도 독립기구에 맡겨야 한다."
이영일 한국청소년정책연대(정책연대) 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여가부는 최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에 묵묵부답하며 존폐론에 휩싸였다. 이 가운데 이 대표는 22일 단체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여가부 폐지론을 주장해 이목을 끌었다.
이 대표는 당시 성명에서 "여가부의 청소년정책은 한마디로 실적 위주, 탁상행정, 현장과의 소통 부재"라고 비판했다.
또 여가부가 청소년과 청소년지도자의 현장 의견 수렴에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왔고 청소년 인프라 구축과 반대되는 정책으로 현장의 불만과 지적을 받아왔다고 역설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15년 10월 31일 청소년 인권과 권리 옹호에 방점을 두고 발족한 시민단체 한국청소년정책연대의 공동대표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2014년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큰 충격을 받아 정책연대 활동에 나서게 됐다. 이전부터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와 흥사단, 서울특별시청소년수련시설협회 등에 몸 담으며 청소년 관련 활동을 이어왔다.
이 대표가 정책연대 활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입시 위주의 국내 교육 문화를 철폐하고 청소년 인권·권리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 과정에서 청소년 정책이 매우 중요한데, 청소년 정책 사업의 주무부처인 여가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우선 "여성부에서 보건복지부의 가족 업무를 가져오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청소년 업무를 가져오면서 여가부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그간 많았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참여정부 때처럼 국가청소년위원회를 세우거나 독립청을 별도로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여가부는 1998년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로 출범한 뒤 3년 후인 2001년 여성부로 승격되면서 공식 정부 부처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여가부에 보건복지부의 가족 및 영유아 보육업무를 통합하면서 여성가족부로 명칭을 바꿨다. 당시 각 부처의 청소년 업무를 모두 통합한 국가청소년위원회가 별도로 출범했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3년 만인 2008년 보건복지가족부로 흡수됐다.
이후 여가부는 2010년 복지부로부터 청소년 보호 및 다문화 가족을 포함한 가족 업무를 이관받으면서 지금의 여가부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여성과 가족이라는 틀 거리 내에 청소년을 붙여놓은 건 부적합하다"며 "그게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짚었다.
이 대표는 "여가부는 양성평등의 최일선 주무부처임에도 양성 평등한 사고를 하는 부처가 아니다. 청소년이 곧 여성과 가족과 연결돼야 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양성평등과 맞지 않다"며 "그게 청소년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소한 여가부 해체가 어렵다면 청소년 업무는 따로 가야 한다"며 "청소년 정책은 교육부가 담당하거나 아동·청소년부를 신설하거나 독립기구 또는 독립청을 마련하는 게 적절할 듯싶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아동 업무는 아직 복지부가 하고 있다"며 "생애 주기적 관점에서 보면 가족·청소년보다 아동·청소년이 맞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또 "여가부 내에 여성학이나 가족학을 전공한 전문가는 많지만 청소년 정책을 전공한 사람은 거의 없다. 청소년 사업 현장을 겪어본 사람도 거의 없다"며 "그래서 탁상공론에 기반한 정책이 나오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 대표는 여가부 폐지를 촉구하게 된 결정적 계기에 대해 여가부가 2018년 3월 6일 발표한 '제6차 청소년정책 기본계획'을 꼽았다.
정책연대와 청소년 수련단체들은 그동안 여가부가 청소년 정책 주무부처로서의 위상을 확립하는 차원에서 부처명에 '청소년'을 추가하기를 요청했다. 이에 여가부도 긍정적으로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적용되는 5개년 계획에 이 같은 부처명 수정안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때 '여가부는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 국민청원에 게재된 여가부 폐지 청원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는 "여가부 대변인이 '더 잘하라는 기대감에서 나왔다'는 반응을 보이더라. 상황을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폐지 청원이 나왔으면 먼저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하는 게 도리"라며 "여가부가 정부 중앙부처로서의 정체성보다 여성단체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여가부가 아주 심각하게 업무 패턴과 정책에 대해 고민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또 "여가부가 정책을 주도할 때 현장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그걸 안 한다"며 "다른 부처도 마찬가지지만 청소년 분야는 특히 정책 수립에 따라 아이들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학교 밖 청소년과 관련한 정책이 대표적이라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청소년증은 여가부가 만든 걸작품이라고 해도 될 만큼 아주 잘 만든 제도"라면서도 "문제는 좋은 문제를 만들어놓고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봤다.
지난 2004년 여가부가 도입한 청소년증은 만 9세 이상 18세 이하 청소년이 본인임을 확인하는 신분증이다. 학생 여부와는 무관하다.
그는 "국내에서는 청소년증을 내밀면 '학교 다니지 않는 애'라는 인식이 고착화됐다"며 청소년증보다 학생증이 우선시되는 사회 분위기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어른들이 국회의원 총선거에 사원증을 들고 투표하러 가느냐"며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청소년증 제도가 있으면 청소년증이 학생증보다 우선이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여가부가 나서서 이런 인식을 깨줘야 한다"며 "여가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청소년이 학교를 다니든 안 다니든 상관없이 모두 청소년증을 발급받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너무 좋은 아이디어라는 피드백을 받았지만, 거기서 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어른들이 다각도로 청소년이 불편을 겪거나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만들어줄 필요가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얘기"라며 "여가부를 포함한 정부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상처 주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다만 이 대표는 "향후 대응은 여가부 몫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해체를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가부가 잘할 수 있도록 계속 자문, 견제, 감시하는 게 저희 역할"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내부적으로는 올해 청소년 인권과 권리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가칭 '청소년 활동가 대상'을 만들어 수여하면 어떨지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정책연대 활동을 하면서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많이 받았는데 이번 인터뷰를 통해 이런 오해를 풀고자 하는 욕심이 났다"며 "우리 사회가 정말 청소년 관련 분야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1971년 6월 20일, 서울 출생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학사 △경희대 NGO 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경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학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2003~2007년)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실무위원(2005~2007년) △흥사단 청소년연구원 운영위원(2009~2011년) △서울특별시청소년수련시설협회 사무국장(2010~2012년) △서울특별시 교육청 학생인권위원회 위원(2013~2014년) △한국청소년정책연대 공동대표(2017년 9월~) △서울특별시 청년 불평등 완화 범사회적대화기구 위원(2020년 1월~)
이영일 한국청소년정책연대(정책연대) 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여가부는 최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에 묵묵부답하며 존폐론에 휩싸였다. 이 가운데 이 대표는 22일 단체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여가부 폐지론을 주장해 이목을 끌었다.
이 대표는 당시 성명에서 "여가부의 청소년정책은 한마디로 실적 위주, 탁상행정, 현장과의 소통 부재"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15년 10월 31일 청소년 인권과 권리 옹호에 방점을 두고 발족한 시민단체 한국청소년정책연대의 공동대표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2014년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큰 충격을 받아 정책연대 활동에 나서게 됐다. 이전부터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와 흥사단, 서울특별시청소년수련시설협회 등에 몸 담으며 청소년 관련 활동을 이어왔다.
이 대표가 정책연대 활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입시 위주의 국내 교육 문화를 철폐하고 청소년 인권·권리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 과정에서 청소년 정책이 매우 중요한데, 청소년 정책 사업의 주무부처인 여가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우선 "여성부에서 보건복지부의 가족 업무를 가져오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청소년 업무를 가져오면서 여가부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그간 많았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참여정부 때처럼 국가청소년위원회를 세우거나 독립청을 별도로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여가부는 1998년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로 출범한 뒤 3년 후인 2001년 여성부로 승격되면서 공식 정부 부처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여가부에 보건복지부의 가족 및 영유아 보육업무를 통합하면서 여성가족부로 명칭을 바꿨다. 당시 각 부처의 청소년 업무를 모두 통합한 국가청소년위원회가 별도로 출범했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3년 만인 2008년 보건복지가족부로 흡수됐다.
이후 여가부는 2010년 복지부로부터 청소년 보호 및 다문화 가족을 포함한 가족 업무를 이관받으면서 지금의 여가부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여성과 가족이라는 틀 거리 내에 청소년을 붙여놓은 건 부적합하다"며 "그게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짚었다.
이 대표는 "여가부는 양성평등의 최일선 주무부처임에도 양성 평등한 사고를 하는 부처가 아니다. 청소년이 곧 여성과 가족과 연결돼야 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양성평등과 맞지 않다"며 "그게 청소년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소한 여가부 해체가 어렵다면 청소년 업무는 따로 가야 한다"며 "청소년 정책은 교육부가 담당하거나 아동·청소년부를 신설하거나 독립기구 또는 독립청을 마련하는 게 적절할 듯싶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아동 업무는 아직 복지부가 하고 있다"며 "생애 주기적 관점에서 보면 가족·청소년보다 아동·청소년이 맞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또 "여가부 내에 여성학이나 가족학을 전공한 전문가는 많지만 청소년 정책을 전공한 사람은 거의 없다. 청소년 사업 현장을 겪어본 사람도 거의 없다"며 "그래서 탁상공론에 기반한 정책이 나오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 대표는 여가부 폐지를 촉구하게 된 결정적 계기에 대해 여가부가 2018년 3월 6일 발표한 '제6차 청소년정책 기본계획'을 꼽았다.
정책연대와 청소년 수련단체들은 그동안 여가부가 청소년 정책 주무부처로서의 위상을 확립하는 차원에서 부처명에 '청소년'을 추가하기를 요청했다. 이에 여가부도 긍정적으로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적용되는 5개년 계획에 이 같은 부처명 수정안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때 '여가부는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 국민청원에 게재된 여가부 폐지 청원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는 "여가부 대변인이 '더 잘하라는 기대감에서 나왔다'는 반응을 보이더라. 상황을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폐지 청원이 나왔으면 먼저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하는 게 도리"라며 "여가부가 정부 중앙부처로서의 정체성보다 여성단체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여가부가 아주 심각하게 업무 패턴과 정책에 대해 고민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또 "여가부가 정책을 주도할 때 현장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그걸 안 한다"며 "다른 부처도 마찬가지지만 청소년 분야는 특히 정책 수립에 따라 아이들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학교 밖 청소년과 관련한 정책이 대표적이라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청소년증은 여가부가 만든 걸작품이라고 해도 될 만큼 아주 잘 만든 제도"라면서도 "문제는 좋은 문제를 만들어놓고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봤다.
지난 2004년 여가부가 도입한 청소년증은 만 9세 이상 18세 이하 청소년이 본인임을 확인하는 신분증이다. 학생 여부와는 무관하다.
그는 "국내에서는 청소년증을 내밀면 '학교 다니지 않는 애'라는 인식이 고착화됐다"며 청소년증보다 학생증이 우선시되는 사회 분위기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어른들이 국회의원 총선거에 사원증을 들고 투표하러 가느냐"며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청소년증 제도가 있으면 청소년증이 학생증보다 우선이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여가부가 나서서 이런 인식을 깨줘야 한다"며 "여가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청소년이 학교를 다니든 안 다니든 상관없이 모두 청소년증을 발급받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너무 좋은 아이디어라는 피드백을 받았지만, 거기서 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어른들이 다각도로 청소년이 불편을 겪거나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만들어줄 필요가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얘기"라며 "여가부를 포함한 정부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상처 주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다만 이 대표는 "향후 대응은 여가부 몫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해체를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가부가 잘할 수 있도록 계속 자문, 견제, 감시하는 게 저희 역할"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내부적으로는 올해 청소년 인권과 권리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가칭 '청소년 활동가 대상'을 만들어 수여하면 어떨지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정책연대 활동을 하면서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많이 받았는데 이번 인터뷰를 통해 이런 오해를 풀고자 하는 욕심이 났다"며 "우리 사회가 정말 청소년 관련 분야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1971년 6월 20일, 서울 출생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학사 △경희대 NGO 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경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학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2003~2007년)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실무위원(2005~2007년) △흥사단 청소년연구원 운영위원(2009~2011년) △서울특별시청소년수련시설협회 사무국장(2010~2012년) △서울특별시 교육청 학생인권위원회 위원(2013~2014년) △한국청소년정책연대 공동대표(2017년 9월~) △서울특별시 청년 불평등 완화 범사회적대화기구 위원(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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