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 재집권 후 줄곧 자리를 지킨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포스트 아베 후보 중 하나다.
스가 장관은 아베 총리의 복심으로 통했지만 최근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뒤 아베 총리와 관계가 틀어졌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가을로 예상되는 내각 개편에서 그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인사 결과에 따라 스가 장관이 니카이 간사장과 연대해 이시바를 차기 총리로 만드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온다.
그러나 니시니혼(서일본)신문은 포스트 아베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면서도 늘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하던 스가 장관이 최근 TV 출연, 강연 활동 등 대외 활동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차기 총리로 발돋움할 야심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았다.
스가 장관은 여전히 일본 정계에 상당한 입김을 행사하는 고가 마코토 전 자민당 간사장과 신뢰가 두터운 사이인 데다, 그를 은밀하게 지지하는 당내 무파벌 의원은 3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스가 장관은 최근 "어느 시대건 이길 수 있는 사람에게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환경상은 특정 파벌로 분류되지 않지만 대중적 지지도가 높아 포스트 아베 후보로 꾸준히 거론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둘째 아들인 그는 잘생긴 외모와 청렴한 이미지가 무기로 꼽히지만 동문서답 형식의 모호한 화술은 인터넷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뉴욕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에서 일본의 기후 정책과 관련해 "이처럼 거대한 문제를 논의할 때는 펀(fun)하고, 쿨(cool)하고, 섹시(sexy)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일본 열도를 당황시킨 장본인. 이후 따라붙은 별명이 '펀쿨섹좌'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포스트 아베 후보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다. 코로나19 확산에서 사실상 손을 놓은 아베 정부와 달리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민당 출신으로 일본 첫 여성 방위상을 지내기도 했던 고이케 도지사는 2016년 도지사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다른 후보를 밀자 니카이 간사장의 물밑 지원에 힘입어 자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됐으며, 이달 초 연임에 성공했다.
아베 총리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지만 이미 정치적 구심점은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19 무대응, 경제 불황, 도쿄올림픽 취소 위기 등으로 벌써부터 일본 내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중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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